한석율은 책상 위에 놓여진 봉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두껍고 흰 봉투 위에는‘성##, 김## 배상’ 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사고가 마비된 상태에서 천천히 두 손가락으로 봉투를 집어 올리는 동안,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그저 소음처럼 스쳐가는 주변의 소리들이 귓가에 울렸다.
“아니, 내색도 없이 갑자기 뭐야? 축하해, 성 대리.”
“진짜야? 이 자식 소개도 안 해 주고. 몇 살인데? 이뻐?”
“어머머, 성대리님 축하드려요. 언제에요?”
크림색 카드를 끄집어내는 손은 떨렸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사랑의 결실을 어쩌구 하는 문구와 누구누구의 장남, 누구누구의 차녀 어쩌고. 석율은 청첩장을 봉투에 원래대로 얌전히 집어넣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미 없이 쉽게도 짓던 미소가 이 순간에는 굉장히 힘겹게 느껴졌다. 성준식은 동기들과 같은 층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웃고 있었다. 석율은 무감각한 발걸음으로 걸어가, 목소리를 떨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그를 불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