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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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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님 썰-01

짧은 망상 2016. 7. 24. 19:37
술 한 잔 할래. 라는 말은 권유가 아니다. 업무 시간이 끝났다고 업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 성준식도 그런 류의 잔업 중이었다. 그는 선배 및 동기들과 라이브 바에 앉아, 하품을 억지로 누르며 땅콩을 까서 입에 넣었다. 앞으로 탈 라인 그 자체인 선배들 앞에서는 표정 관리를 잘 해야 했다. 그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척 몸을 앞으로 기댔다.

“그런데 웬 라이브? 박 과장 이런 취향이야?”
“여기 화요일 목요일에만 오는 가수가 있는데, 걔 팬이거든.”
“얼~ 박 과장 올해 장가가나?”
“아니야. 그게, 여자가 아니고 여장한 남잔데, 노래를 되게 잘하는 건 아닌데……. 뭐, 묘하게 매력이 있어.”

준식은 남 몰래 인상을 쓰며 어금니로 땅콩을 물어 부쉈다. 그는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그런 종류의 사람들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대답에 다른 일행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우~ 선배 게입니까? 형수님 아니고 형님 생기나요?”
“아냐 임마!”

와르르 웃어대는 소리는 갑자기 사그라졌다. 무대 뒤편에서 기타를 들고 나타난 사람 때문이었다. 얼핏 상당히 예뻐 보이지만, 짧은 원피스 아래로 첫눈에도 여성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몸 선이 드러난다. 준식의 일행이 일제히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자,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고 마주 본다. 강아지처럼 검은자가 큰 맑은 눈과 마주치는 순간 준식은 흠칫 놀랐다. 깜빡, 눈꺼풀 뒤로 사라졌다 다시 등장한 눈은 곧 다른 곳을 향했다. 노랫소리는 굳이 꾸미지 않은 남자 그 자체였다. 뛰어난 보컬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준식은 선배가 왜 팬이라고 자처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힘 있는 목소리임에도 끝부분은 나약한 느낌을 주며 데크레센도되고, 들숨이 노래로 전부 치환된 후 잠시의 순간 얼굴에 깃드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눈을 사로잡았다. 뻔한 가공 초콜릿을 씹었는데 안쪽에서 갑자기 씁쓸한 위스키가 튀어나온 것처럼, 그리고 그 맛은 한참을 손대지 않아 굳어 있던 머릿속 어딘가를 헤집었다. 아득하게 어둠 속에 가라앉아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마음이 술렁거렸다. 불안한 듯도, 설레는 듯도 한 어떤 감정과 기시감. 연달아 두 곡 노래가 끝나자 그 실체 없는 감정도 따라 자취를 감췄다. 그의 일행은 열렬히 박수를 쳤다. 준식은 손바닥을 몇 번 소리나게 마주치며, 어둠 속에 묻힌 기억의 끄트머리를 소득 없이 더듬었다.

 *

여름 방학을 코앞에 둔 7월은 응당 즐거워야 하지만 기말고사가 먼저였다. 야간자율학습이 막 시작될 시간, 준식은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아무도 없는 별관으로 향했다. 창문으로 붉은 석양빛이 들어와 복도 바닥에 주황색 네모 패턴을 만들었다. 하나 둘 셋, 검은 부분 밟으면 죽음. 준식은 늘어선 빛덩어리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본관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희미하게 메아리치고, 운동장에선 구령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기타 소리도. 환청처럼 아득하던 그 소리는 발걸음을 옮길수록 더 크게 들렸다. 조금 열린 기타 동아리실 문 사이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G-B-C-Cm, 반복되는 코드와 함께 나지막한 허밍이 들린다. 준식은 저도 모르게 그 앞에서 발을 멈추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불도 켜지 않은 어둑어둑한 안쪽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저무는 빛이 그의 왼쪽 뺨에 내려앉아 얼굴 반쪽을 붉게 물들인다. 나머지 얼굴 반은 푸른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미술 시간에 배웠던 입체파 그림 같은 그 얼굴은 준식도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후배, 한석율.그는 남자학교인 이 곳에서 선배에게 고백했다는 흔치 않은 이유로 유명했다. 끊어졌다 이어지는 낮은 허밍은 나약하게 들렸다. 손가락 끝이 코드를 꾹꾹 누른다.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다가갔던 준식은 삐그덕 소리를 내는 낡은 문 때문에 흠칫 놀랐다. 기타를 치던 손 역시 놀란 듯 멈칫한다. 다른 빛으로 반씩 나누어졌던 얼굴이 들린다.

*

첫 방문 이틀 후, 준식은 누가 권하지도 않았는데 그 곳을 다시 찾았다. 벌쭘하게 2인석에 혼자 앉아 다리를 떨던 그는 흘러나오던 음악이 멈추고 밴드가 준비에 들어가자 몸을 바로 했다. 준식은 기타를 들고 나와 노래하는 모습을 뚫어지게 보고, 한 순간 눈이 마주치자 센 척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마음이 술렁거린다. 모를 일이었다 자신은 분명 저런 족속에 거부감이 있을 텐데도 드물게 예뻐서일까 아님 다른 이유에서일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회사 생활 몇 년이 지나면 사람은 굳는다. 보드랍던 빵 껍질이 공기 중에서 굳어지듯이. 방어적으로 움츠린 어깨는 그대로 고정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억누르던 감정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변한다. 그녀, 또는 그의 존재에는 그렇게 두꺼워진 표피를 뚫고 들어오는 무언가가 포함되어 있었다. 준식은 노래가 끝날 때마다 테이블 아래에서 박수를 치고, 미지근해진 술을 넘겼다. 오는 날이 언제언제랬지. 화요일, 목요일. 입 안으로 중얼거린다.

*

- 근데 한석율이 좋아한다고 했대! 아 소름.
- 느갬. 구라 까지 마.
- 아 진짜라고 시발아. 서로 대딸만 쳤는데 삘받아서 고백했대 막.
- 대딸받다 후장 털릴 뻔.

그 주제는 석식 먹는 짧은 시간에 가볍게 테이블 위로 올라오는 정도의 것이었다. 소문의 당사자가 죽을만큼 괴로울지는 몰라도 만사가 심심한 그들에겐 그저 그런 반찬거리. 준식은 안 듣는 척 귀를 기울이며 멀건 카레에서 당근을 골라냈다. 우울해 보이던 눈동자, 자신의 눈치를 보며 얼른 사과하던 움츠러든 표정을 떠올린다. 낮은 허밍 소리도.석식 후 짧은 휴식 시간은 농구를 하기엔 부족했다. 그래서 그들은 손쉬운 유희거리를 찾아 오늘 화제에 오른 문제의 ‘한석율’을 구경하러 갔다. 무리에서 튀고 싶지 않았던 준식도 적당히 휩쓸려 따라 갔다. 그들은 교칙을 어기고 1학년 층으로 가 뒷문으로 안쪽을 기웃거렸다. 한석율은 교실 맨 뒤 창가에 홀로 앉아 있었다. 두터운 뿔테 안경을 쓴 흰 얼굴은 준식이 봤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얼굴은 좀 봐줄 만 한데.”
"저게? 시력 빠개졌냐."
"니보단 나음. 평타 이상인데?"

한석율은 찾아와서 구경하고 야지 놓는 인간들에게는 이제 익숙한 듯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책을 들여다본다.

“야, 한석율? 외모 평타 이상 치면 박게 해주냐?”
“야 시발ㅋㅋㅋㅋ이새끼도 께이새끼 아냐. ”
“엠창 아니거든? 냄새 안 나게 생겨갖고 이쁘잖아.”
"야, 쌩까네?"

준식의 무리 중 하나가 집어던진 팩우유 빈 곽이 석율의 머리에 정확히 가서 맞았다. 탁, 속이 빈 소리가 나고 바닥에 떨어져 구른다. 한석율은 모른 척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일어나며 안경을 벗자 안광이 번득이는 눈망울이 드러났다. 뭔가 심상치 않았다. 준식은 몇 걸음 물러나 거리를 두었다.

"못 박아요, 선배님. 외모가 하타치셔서."
"뭐, 뭐라고?"
"존나 좆같이 생겨서 못 박는다고. 좆같은 병신새끼야."
"이새끼가 돌았나!"

덩치가 큰 준식의 급우는 석율의 멱살을 쥐어 잡았다.

"너 나보고 박고 싶다고 했냐? 드러운 게이새끼는 너네."
"이 씹!"

석율을 내동댕이친 그는 가슴께를 발뒤꿈치로 찍기 시작했다. 석율이 몸을 웅크려 방어하는 사이, 나름대로 생기부 관리와 수시에 뜻이 있는 나머지 무리는 준식처럼 슬슬 물러나기 시작했다.

"야, 야 하지마... 생활부 끌려 감."
"이 시발년아!"

준식은 팔짱을 끼고 좀 떨어져 벽에 기댄 채 미간을 찌푸렸다. 욕설과 무작스럽게 퍽퍽 밟는 소리가 거슬렸다. 석식을 먹고 돌아온 1학년들이 주변을 기웃거리며 하나 둘 모여들었다.

"고만 하라고. 종 친다 가자."

그들은 씩씩거리는 놈을 뒤에서 잡아 끌었다. 못 이긴 척 물러나 계단으로 내려가는 동안, 준식은 못박힌 듯 그 자리에 서서 석율을 보았다. 석율은 격하게 기침을 하며 일어나 터진 입술을 손등으로 닦았다. 피가 떨어진 셔츠 칼라를 보며 혀를 차고 눈을 든다. 준식은 그와 눈이 마주치자 움찔 놀랐다. 새까만 눈동자에는 강렬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증오, 자기 모멸, 준식으로서는 모를 어두운 감정들. 한참 그를 보던 석율은 화장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준식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은 아무 말도,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무언가 수치스러웠다. 그는 실내화 끝으로 바닥에 떨어진 핏방울을 문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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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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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이면

전력 60분 2016. 7. 17. 14:24
키스하고, 좋아한다고 말하고, 같이 웃고,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만들고.  모든 게 상대의 옷을 벗기기 위한 수법은 맞지만, 한석율은 그 과정 자체도 즐기는 반면 성준식은 목표가 지연되는 걸 귀찮게 여겼다. 둘은 전혀 다른 인간이었다.

“대리님 저희 집에 처음 와 보시죠. 야경이 예쁘지 말입니다.”
“이야, 넓네. 이 정도 살려면 월세가 얼마야?”

대화에서부터 서로 너무나 다른 걸 추구하고 있는데도, 석율은 한 가지 생각에 정신이 팔려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음악을 틀고 조도를 낮춘 후 냉장고를 열며 와인이 어쩌고 종알거리던 석율은 상대가 이미 욕실에 들어가 버린 걸 깨닫고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머리카락에서 물을 떨구며 나왔을 때는 더욱 더. 준식이 맨 몸을 그대로 드러내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준식의 등 가운데 오목한 곳을 따라 다 닦이지 않은 물이 방울져 흘러내린다. 물방울은 궤적을 그리며 작은 엉덩이 골 사이로 자취를 감췄다. 늘 건조해보이던 피부 역시 덜 말라 촉촉했고, 있는 힘껏 틀어 놓은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살갗과 유두가 곤두섰다. 멍하니 바라보던 석율은 식탁에 와인을 주르륵 쏟았다.

“대… 대대, 대….”
“대대 뭐어.”
“어오, 대리님∼ 뭘 좀 걸치시고.”

석율은 당황할 때 나오는 버릇대로 허둥거렸다. 준식은 머리에서 수건을 벗겨 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사우나도 같이 가놓고.”
“그게, 그거랑은 다르죠. 아, 일단 뭐 좀 드시…?”
“안 먹어. 침대 어디야?”

성준식은 욕망 앞에선 거침이 없어서 석율이 바라던 분위기라곤 한 톨도 없었지만, 이미 상관없었다. 두 사람은 너무 다르지만, 그래도 종착지는 한 군데이므로. 석율은 와인 병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

샤워를 하고 나오니 그 새 에어컨을 더 낮춰 놓았는지 추울 정도였다. 석율은 두 팔로 몸을 감싸며 복층으로 올라갔다. 준식은 이불 안에 완전히 몸을 폭 묻은 채 얼굴만 동그마니 내 놓고 있었다.

“추우면 온도를 높이시지.”
“딱 좋아.”
“그러시겠죠.”

자기 집 아니라고 막. 석율은 입 안으로 투덜거리고, 일부러 이불을 훌렁 들췄다.

“아익, 추워.”
“추운 게 좋으시다면서요.”
“따지지 좀 마라.”
“그게 제 매력인데.”

준식은 눈 밑을 접어 올리며 면박을 주려고 했으나, 석율이 침대 위로 올라와 허벅지에 손을 대자 입을 다물었다. 취기를 빌어 급하게 이뤄졌던 첫 관계와 달리 석율의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손바닥이 가볍게 매끄러운 배를 쓸고, 위로  올라와 차가운 공기에 일어난 젖꼭지를 매만진다. 얕게 호흡하며 상대가 어떻게 나오나 보던 준식은 배꼽 위부터 가운데 옴폭 파인 곳을 따라 올라오는 혀끝에 숨을 들이키고 목으로 침을 넘겼다.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던 손은 무릎을 더듬었다. 꼭지 주변 예민한 곳을 핥다 입 안으로 살며시 빨아들이고 내어 놓은 후, 길게 늘어지는 준식의 숨소리를 들으며 젖은 눈으로 올려다본다. 많은 것이 담긴 두 시선이 마주쳤다.
성준식은 따지자면 감정에 있어서 그다지 솔직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본심을 숨기기 힘든 순간이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석율의 머리를 쓰다듬고, 손가락을 차갑게 식은 머리카락 안으로 넣었다. 두피는 뜨거웠고, 석율의 고개는 내려갔다.

“음.”

작게 소리 내는 얼굴을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올려다 본 석율은 입 안에서 단단해지는 유두를 혀끝으로 굴리며 손으로 천천히 준식의 성기를 애무했다. 그리고 무너지기 시작하는 표정을 보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방을 기민하게 살피는 평소 성준식의 표정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그것을. 늘 어느 정도 띠우고 있는 거만한 기색과는 별도로, 뭔가를 바라듯 석율을 직시하며 열망을 드러낸다. 낯익고 낯선 상대. 오랫동안 의식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알 수 없는, 그러나 깊은 곳에서부터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상대. 석율은 주저하며 시원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얼굴을 들어 키스했다. 상대는 망설이지 않고 입을 벌려 그를 받아들였다.

둘의 고착된 사회적 관계는 어느 정도의 관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성준식은 일방적으로 봉사를 받으면서도 위화감 없이 받아들였다. 석율이 그의 성기 끝을 빨고, 혀를 세워 옴폭한 곳을 간질이다가 입 안에 넣고 핥아 올리는 동안 그는 수그려진 머리를 쓰다듬고,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하는 쾌감을 적당히 누르느라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하아, 좋아. 아니 그렇게 말고. 그렇지. 음, 으.”

머리를 내리 누르고 허리를 느적하게 움직이며, 한참 어린 여자애를 구슬리듯 하는 말투에 석율은 발끈했다. 침대 위에서도 선배인 건 아니지 말입니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하게 빨고 고갯짓을 빠르게 했다. 준식의 숨소리가 헐떡거리며 높아지기 시작하자 입 안에서 빼낸다. 석율은 젖은 입가를 손등으로 훔치며 더 아래로 내려갔다. 주름져 단단하게 다문 곳을 적셔 연다.

“……!”

여유롭게 베개에 기대 있던 머리가 들렸다. 준식은 당황하며 다리를 움츠렸지만, 단단한 손이 그의 허벅지를 벌려 눌렀다. 간질거리며 적셔 오다 몸 안쪽을 찬찬히 엿보고 두드리는 감각은 여태까지 익숙했던 감각과는 전혀 달랐다. 준식은 저도 모르게 크게 신음했다.

“흑, 아…, 앗!”
“…싫어요?”
“아니.”

너무나 즉답이었다. 석율은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래야 성준식이지 싶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똑바로 앉았다.

“올라와요. 만져줄게.”

준식은 건방진 말투에 혀를 차면서도 석율의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 두터운 팔이 마른 허리를 당겨 안고, 다른 손이 충혈된 성기를 느리게 문지른다. 목에는 더운 숨이 끼쳤다. 준식은 석율의 등을 마주 안고, 어깨에 이마를 댔다. 차갑게 식은 피부는 맞닿으며 뜨거워져 녹아 붙을 것 같았다.

석율은 빠르게 뛰는 심장을 스스로도 느꼈다. 성준식이 순순히 제 무릎 위에 올라와 앉는다. 아직도 물기가 맺혀 있는 머리카락이 어깨 위를 간질이고, 긴 손가락 끝은 등줄기를 쓸어내린다. 흐으 하고 끝이 늘어지는 숨소리가 가슴을 간지럽혔다. 그는 더 이상 수용할 수 없게 된 가쁜 호흡을 입으로 토해냈다.

아까까지 조심스럽던 손길이 갑자기 격해지자 준식은 눈을 크게 떴다. 끝까지 몰아갈 것 같더니 돌연 손을 떼고, 엄지손가락 끝으로 선단을 만지다 치골과 허리로 옮겨 간다. 준식이 참지 못하고 스스로 제 것을 수음하는 사이 석율의 두 손은 뒤로 와 작은 엉덩이를 잡아 쥐었고, 그 사이로 발기한 성기가 문질러졌다. 민감한 곳에 마찰되는 동안 그것은 점점 형태가 뚜렷해져 꺼떡였다. 준식의 유두는 잇새에 물렸다. 준식은 오싹한 감각에 허리를 비틀었다. 석율의 거친 숨결은 말로 꺼내지 않는 욕망을 표하고 있었다.
 
+

침대에 엎드린 준식의 허리를 두 손이 내리눌렀다. 준식은 내장이 솟구치는 불쾌한 감각과 함께 몸 안이 꽉 차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는 통통증과 쾌감, 소름끼침이 엉망으로 섞인 감각을 이기려고 고개를 흔들었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순간이 끝나고, 석율이 완전히 들어오고 나자 숨을 들이쉴 때 마다 통증이, 내쉴 때 마다 구역질이 났다. 그는 혀 밑에 고이는 침을 삼키며 헐떡였다.

석율은 손 아래 단단한 살덩이를 쥐어 잡았다. 위로 쏟아지는 찬바람 때문에 그의 등에는 소름이 돋았지만, 꼭 추위 때문은 아니었다. 모든 감각이 한 곳에 집약되어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몸을 움직여 표면을 쓸며 명멸하듯 번뜩이는 쾌감에 압도당한다. 숨기지 못해 할딱이는 숨소리를 듣고, 작은 입 안에 손가락을 넣는다. 처음의 조심성은 잊은 지 오래였다. 그는 감각을 찾아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고,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좁은 안쪽으로 깊이 파고들어 상대를 신음하게 했다.

뻐근한 통증은 무딘 쾌감으로 바뀌고 있었다. 준식은 스스로 제 것을 만지려고 손을 내렸고, 곧 저지당했다. 그의 손가락이 마디가 굵은 석율의 손가락과 얽혀 다시는 풀리지 않을 것처럼 내리 눌렸다. 뒤에서 밀쳐지느라 흔들린 머리는 아플 정도로 어지러웠다. 그만 해. 아니 그만 하지 마. 그는 석율의 이름을 부르려고 했지만 목에서는 쇳소리가 났다.

석율은 몸을 빼고, 준식의 몸을 뒤집어 완전히 흐트러진 얼굴에 입술을 댔다. 다리 사이로 파고들며 퍼득거리는 허벅지를 눌러 쥔다. 위로 들리며 휘어지는 가슴에 키스하고, 제 배에 문질러지는 성기를 같이 잡아 흔들었다. 그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꿀 때처럼 가슴 아래쪽이 치받고 고양되는 기분을 느꼈다. 추락이지만 비행과 비슷하다. 땅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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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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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60분 모음+기타이구요, 수령방법은 직수령/우편수령 두 가지입니다. 우편수령의 경우 우송료가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http://naver.me/5hGN2yyX

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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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블로그 (http://yulsik-in-the-trap.tistory.com/)에 16년 1월 18일부터 연재 했던 "Midnight Movie" (by 마지, 바다.) 소장본을 발행하려고 합니다. 본인 소장용으로 인쇄하려다 갖고 싶다는 분들이 계셔서 통판폼 올려요. 발송은 19일 이후 일괄적으로 처리하겠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여기로 → me2.do/xzISzSru



- 오피스 19금 무선제본 141 페이지(12.9x18.2)

- 마법푸딩님 삽화 포함 ;ㅅ; (사랑해여) 

- 미성년자는 구입 불가합니다. 

: 닉네임 입금 불가, 입금하신 성함, 배송받으실 성함 성인인증 성함 일치 확인


- 가격: (1권당) 7,500원 + (배송비) 3,000원 = 10,500원

- 기입하신 트위터 ID의 DM이나 메일로 입금확인 연락드립니다. 

- 기입하신 개인정보는 배송 후 폐기 합니다.



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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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연재했던 석율준식 소설 '심상하고 특별한'을 묶어서 책으로 내려고 합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여 주세요~

http://me2.do/xBbi4qAc



*표지커미션: 소년 님


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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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어두운 무대 위, 단 하나의 조명이 의자에 앉은 석율을 비춘다. 얼굴에 강한 음영이 진다. 고개를 서서히 들고 관객을 보는 석율, 무표정한 얼굴에 갑작스레 과한 미소를 지어 그로테스크해 보인다.

 

석율: 들었지, 자기들. 난 지금 심각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름? 글쎄,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정신적인! 알레르기 질환이랄까. , 그 말이 딱 맞아, 정신적인-알레르기.

 

무대 왼쪽에 조명이 들어온다. 성준식이 편한 자세로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본다.

 

준식: (설명을 책 읽는 말투로 낭독) ~ 알레르기란 면역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보통 사람에게는 별 영향이 없는 물질이 어떤 사람에게만 두드러기, 가려움, 콧물, 기침 등의 이상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일어나며) 이거지. 보통 사람들은 넘어가는 것들을 우리 부사수만은! 넘어가질 못해. 과민반응. ?

 

석율: (일어나서 준식 쪽을 바라보며) 왜라고 생각하시는데요. 그 보통 사람들이랑 절 다르게 대하시니까 그런 것 아닙니까.

 

준식: 난 늘 같은데?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나한테 남다르게 의미를 부여하는 건 너야. (관객을 바라보며) 사람이란 사실 흐릿한 존재일지도 몰라. 타인이 긋는 선이 날 정의해 주지. 나는 그저 나인데, 누구한텐 친근한 사람인 반면 누구한텐 천하에 나쁜 놈으로 그려져.

 

석율: 늘 같다구요? 전혀 다른데요, 그 누구들과 달리 전 수단이잖습니까, 이용하기 쉬운 셔틀...

 

준식: 그런 쪽의 일관성 말고. 네가 아니라 누구라도 내 아래에 있으면 그렇게 대할 거야. 이런 쪽으로 같단 얘기지. 넌 나에게서 특별한 대우를 바라고 있어. 바라는 게 있으니까 그냥 못 넘기는 거고.

 

석율: 특별한 대우가 아니라 당연한 걸 원했을 뿐입니다. 이끌어주고 서포트해주는 관계요. 김대리님과 장그래같은 관계 말입니다.

 

준식: (웃음을 터뜨리며) 하이고, 김대리? 걔 그러는 거 자아도취야. 만화를 너무 많이 봤어. 석율아, 여긴 말이야. 우리가 몸담은 곳은.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니 인간관계에 마음을 많이 쓰게 될지 모르겠지만 다 덧없어. 난 널 이용하고, 너도 주변머리가 있다면 날...

 

석율: ! 그만 두십쇼. 성대리님이 말씀하시는 걸 듣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합니다. 힘이 빠져요. 의욕이 없어져서 살기 싫어진다구요.

 

석율, 의자에 걸쳐진 윗옷을 벗겨 팔에 걸치고 퇴장한다.

 

준식: (뒷모습을 따라 시선을 돌리며 빈정거리듯) 참 귀여워, ?

 

준식,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정자세를 취한 후 사원증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앞을 주시한다.

준식; 나도 저랬었던가? (낮은 목소리로) 기억이 나지 않아. 사회에 뛰어들고 나서는 자잘한 감정에 대한 기억들이 흐려졌어. 길을 걷는 게 아니라 차를 타고 달리는 것처럼 눈에 들어오는 게 달라졌어. 내 주변은 그저 흘러가는 풍경일 뿐이야. 흐름, 가야 할 발걸음, 쓸만한 것과 버려야 할 것들.

 

불이 꺼진다.

 

S#2

석율이 무대 오른편 원탁 위에 앉아 의자에 앉은 동기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무대 왼편 책상 앞에 준식이 앉아 서류를 넘겨보며 집중하고 있다.

 

석율: (방백) 감정은 기울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어. (동기들에게) 그래서 성대리님이..

그래: 그래서 성대리님이.

백기: 또 성대리님이?

석율: (방백) 고장났다는 건 알지만 걷잡을 순 없어. (준식 쪽을 보며) 고작해야 대리인데 강하면 얼마나 강해서!

영이: 강하죠, 한석율씨보다는.

그래: 이길 수 없을 땐 시간을 두고.

백기: 아니, 꼭 이겨야 합니까?

석율: 기면 기고!

그래: 아니면 아니라구요? 흑백은 바둑에서나 갈리는 거죠.

 

동기들 자기 물건 챙겨 일어나서 퇴장, 석율은 원탁에서 뛰어내려 불안하게 서성댄다. 준식 뒤에까지 다가갔다가 물러나고, 무대 위를 배회하며 손톱을 씹는다.

 

석율: 과하게 의식하고, 필요 이상으로 살피고 집중하고, 별 말도 아닌 것에 의미부여하고자기 방어를 위해 작동해야 할 시스템이 스스로를 파먹는 알레르기. 머릿속은 어느 새 저 사람으로 가득 찼어. 한순간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 바라보게 돼.

 

준식: (화면을 보며) 치료법은 회피. 항원과 최대한 접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이다. (의자를 석율 쪽으로 돌리며) 저런, 회사 생활에서 그게 되나.

석율: (다가서며) 불치병이네요. 계속 안고 가야 하는. (방백) 의식해버리고 나면 마음은 평정을 잃고 정신없이 기울어. 그래서 나비날개짓 정도 되는 작은 액션도 폭풍우가 되서 날! 후려쳐!!

 

두 사람을 비추는 조명만 남기고 암전.

 

석율: 지금 한 말씀은 무슨 의미십니까. 공격입니까? (찌푸리며 돌려 앉으려는 의자를 다시 돌려 자신을 보게 하며) 아니면 제 과민반응인가요.

준식: 숨 못 쉴 때부터 강박적인 거 알아 봤다.

석율: (방백) 흐려지는 판단.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에서부터 모든 불안은 시작된다. 그럼 세상이 불안하게 흔들리게 돼. 그래서 불안해진 사람은 곧 끝없이, 끝없이, 끝없이 확인하고 싶어 한다. (허리를 굽히고 준식의 의자 팔걸이에 두 손을 올려 기대며) 일부러 그러시는 것 아닙니까. 제가 미우신 것 아닙니까. 절 매장시키시려고...!

준식: 글쎄, 어떻게 생각해? 웃는 얼굴, 다정한 말투 속에서 본심을 찾아 봐.

석율: 미쳐버리겠네.

준식: 치료법 중엔 면역 요법도 있어. 항원에 익숙해져서 과민 반응하지 않게 되는 것.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환상을 버려. 패턴을 봐. 난 너에게만 특별대우하지 않아. 한결같지. 달면 삼키고, 쓰면.

 

준식은 바퀴 의자를 뒤로 빼고, 손을 짚었던 석율은 휘청거린다. 준식은 원래대로 일에 집중한다.

 

석율: 이상하네. (두 손으로 얼굴을 비비고 고개를 들며) 면역이상이 아니라, 과민반응이 아니라, 정말 유해한 물질이라 모든 반응이 유의미한 편이 차라리 낫겠어. 성대리님.

준식: 석율아~ 커피.

석율: 성대리님. 저 보세요.

준식: , 또 왜.

석율: 절 미워하십니까.

준식: 아오!!!

 

불이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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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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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율은 쇳소리 섞인 숨을 몰아쉬며 상체를 들었다. 민망할 정도로 거칠어진 호흡을 숨길 생각조차 없었다. 준식은 침대에 얼굴을 묻고 있어 뒤통수만 동그마니 보였다. 베갯잇을 손 안에 말아 쥔 채 크고 깊게 숨을 들이키느라 붉은 자국이 가득한 등이 오르내린다. 석율이 몸을 빼자 그대로 드러난 엉덩이가 불규칙하게 흠칫거렸다. 석율은 막 사용한 콘돔을 묶어 쓰레기통에 던진 후, 무거운 몸을 침대에 털퍽 쓰러뜨리고 모자란 숨을 보충하려 헐떡였다. 엇갈리는 두 개의 숨소리가 잦아들고 나자 그는 입을 열었다.

 

전 대리님을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섹스 후에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

그들의 섹스는 이것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사고였다. 프로젝트 구상 단계에서 석율은 사수인 준식이 자기 아이디어를 갖다 썼다며 불만을 표했고, 준식은 우연인데 시건방지게 얘기한다며 화냈다.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석율 때문에 결국 회의실 안에서는 고성이 오고 갔다. 문과장은 내 앞에서 뭐 하는 짓이냐고 일단 윽박질렀다. 으레 그러하듯 성준식을 달래고 한석율을 나무라며 다툼을 진정시킨 후 눈도 안 마주치는 부하직원들에게 퇴근 후 화해의 술자리를 제안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요즘 성준식은 업무가 많아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한석율은 엄마가 형만 편든다고 화내는 둘째처럼 불만이 가득한 상태라 과음을 했던 것이다.

다음 날 두 사람은 모텔에서 눈을 떴는데 경악스럽게도 완전히 탈의 상태였다. 일반적인 남자 둘이라면 그렇게 경악스러운 일은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한석율의 성 취향이 소수자라는 것이고, 성준식도 그걸 알고 있으며, 간밤에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몸 상태와 방 상태였다. 그러나 이 사고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시간은 없었다. 두 사람은 9시를 십 몇분 남겨 놓은 시간을 보고 2차로 경악했다. 다행히도 그들이 투숙한 이름 모를 장소는 회사 코앞이었다. 허둥지둥 뛰쳐나와 엉망인 상태로 출근해서 회사에서 양치를 하고 머리에 물을 쳐바른다. 야근을 대비해 한 개씩 가져다 놓는 셔츠와 양말을 바꿔 입고 신었지만 일이 될 리 없었다. 석율은 10분 단위로 발작하듯 고개를 흔들어댔다.

 

내가 성대리랑?! 미친!! 성대리잖아, 그 성대리! 으악!!’

 

그는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소리 없는 신음을 흘렸다. 한편, 준식은 파드덕거리는 뒷모습을 이따금 돌아다보며 다리를 떨었다. 그는 점심시간에 부사수를 옥상으로 불러냈다.

*

석율은 퉁퉁 부은 채 굉장히 마뜩찮은 표정으로 옥상 문을 열었다.

 

부르셨습니까.”

한석율.”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와 날카롭게 노려보는 눈을 보자마자, 석율은 현실적인 고민에 빠졌다. 일이 재미없게 될 것 같았다. 석율은 강요하거나 폭력적인 타입이 아니었으나 간밤의 일은 기억이 없었고, 준식이 성폭행으로 몰고 간다면 동성 간이라 할지라도 상황은 성기를 삽입당한 상대보다는 삽입한 자신에게 훨씬 불리했다. 남의 시선에 신경 쓰는 성준식이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올릴 확률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데다 공론화시키지 않는대도 앞으로 몇 년간은 내내 잡힐 꼬투리가 될 것이다.

 

뭐라고 하지. 죄송합니다? 안 돼. 사과하면 내 잘못이라고 몰려. 없던 일로 해 주십시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말을 꺼내려던 준식은 벌써 딴 생각에 빠진 석율의 상태를 눈치 채고 찌푸리며 손등으로 가볍게 뺨을 쳤다.

 

아얏!”

정신 차리고 내 말 똑바로 들어.”

“..., , 말씀하십쇼.”

똑바로 말해. 어쩌다 너랑 내가 잤... 그렇게 된 거야?”

 

단어를 고르며 몸서리를 친다. 평소에 꼴보기 싫어서 늘 의식하고 있던, 거기다 동성인 부사수와 성적인 관계를 가졌음을 인정하기 싫은 것 같았다.

 

저도 취해서 정확히는 기억이.”

 

준식은 입 안으로 우물거리는 대답에 급격하게 분노를 터뜨렸다.

 

정치인이냐? 기억 안 난다고 하면 다냐고! , 이거 성폭행이야 이 새끼야.”

, 성폭행요? 취해서 일어난 일인데 상호 책임 아닙니까?”

상호 책이임?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네가 그 쪽이고 난 아니면, 조심도 네가 해야 맞는 거 아니냐? 막말로 네가 게이 새끼 아니었으면 안 일어날 일 아니냐고. 너 내가 이거 그냥 안 넘어가.”

 

역시 재미없게 돌아간다. 석율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경멸감을 드러내는 말투에 화가 나는 건 둘째치고, 아무리 머릿속에서 그물질을 해 봐도 기억나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대신 상대방도 기억이 없는 것 같으니 무리수를 던지기로 했다. 확실하지 않은 기억에 자신감을 가지는 사람은 없으므로.

 

성대리님, 사실은요.”

, !”

정말 기억 안 나십니까? 아니면 기억 안 나시는 척 하시는 겁니까.“

이게 또 무슨 개소리야.”

사실은... 대리님이 저한테 좋아한다고 하셨습니다.”

웃기고 있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저도 취하셔서 그런 줄 알았는데 한 번만 자자고 매달리셨지 말입니다. 그러고 나면 마음 접겠다고 눈물까지 보이시면서 안기니까 할 수 없이.”

 

준식은 석율의 멱살을 잡아 당겼다. 화가 나서 입술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지금 어디서 수를 쓰고 있어, ? 그런 적 없어! 너 미쳤냐?”

정말 기억 안 나시나 보네요. 아침에 보니 후회하시는 것 같아서 저도 기억 안 나는 척 했는데, 성폭행이라고 몰아가시니 말씀드리는 겁니다.”

 

석율의 표정은 확고했고 말투는 차분했으며 시선도 똑바로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물론 혼신의 연기였으나, 태도가 진실한 탓에 준식도 좀 흔들렸다. 말마따나 기억이 거의 없어서 절대 아니라고 백퍼센트 확신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다. 감정은 부끄러운 게 아니잖습니까.”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으시면 저도 그냥 잊은 척 하겠습니다.”

 

흐릿한 기억을 더듬느라 준식의 시선이 방황하는 동안, 석율은 인사를 했다.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저는 인사과에 가야 해서 이만.”

 

그는 옥상에 준식을 남겨 놓은 채 나왔다. 준식은 그 자리에 선 채 기억을 곱씹었다. 술 마신 것 까진 기억이 나고, 문과장이 먼저 집으로 갔고, 그리고...? 거기서 필름은 끊겨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돌아봐도 성적으로 좋아해서 욕망한 적 따윈 없었다.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던 것 같다. 뭘 하는지 시시때때로 살폈고 굳이 괴롭히고 나서는 풀이 죽어 침울하게 앉은 걸 보며 은밀하게 기뻐하곤 했다.

 

이게 설마 좋아하는 감정인가.’

 

잠시 스스로에게 의심을 가졌던 준식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럴 리가. 이 자식이 면피하려고 거짓말하는 거야. 괘씸한 새끼. 요딴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그는 여전히 뻐근한 허리와 더 아래쪽 부분에서 올라오는 통증을 느끼며 분노했다. 당장에는 열이 뻗쳐서 몰아붙였지만, 냉정하게 판단해서 상대가 저렇게 나오면 자신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성별이 달라 한 쪽이 약자인 입장도 아니고 술도 같이 마셨으므로. 화가 치밀어 숨을 씩씩거리던 준식은 눈을 굴리며 다른 방향으로 골릴 궁리를 했다.

*

석율은 또다시 소회의실로 호출이 되자 한숨을 푹 쉬었다. 뭐라고 해도 아까의 입장을 견지할 생각이었다. 결연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 사수를 마주한 석율은 아까와 다른 분위기를 감지하고 경계심에 차서 입술을 꾹 눌렀다.

 

왜 또 부르십니까, 대리님.”

석율아,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 앉아.”

 

눈을 내리깔았다 든 준식은 책상을 손 끝로 톡 톡 치며 석율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널 좋다고 할 이유가 없어.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해야 취중에 나오는 거잖아.”

저야 대리님 감정까지 알 수는 없죠.”

사실은 나도 살짝 기억이 났는데.”

 

그 말에 보일 듯 말 듯 어깨가 흠칫 떨리고 시선도 흔들린다. 저럴 줄 알았지. 석율 역시 기억이 없어서 확신이 없음이 분명했다. 준식은 못 본 척 말을 이었다.

 

좋아한다고 말한 건 내가 아니라 너였어.”

, ?”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며 눈을 크게 뜬다.

 

네 마음을 인정하기 싫으니까 나한테 덮어씌우고 싶었던 거지. 이해해.”

아닙...!”

석율아, 네가 날 이 정도로 생각하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그게 내가 받아들일 수가 없는 형태에요~ 그러니까 마음 접어.”

 

준식은 태연하게 커피를 한 모금 삼키며 곁눈질로 부사수를 살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지 입을 뻐끔거린다.

 

, 저 대리님 좋아하는 거 아니거든요? ... !!!”

, 그래애? 그런데 그런 말은 왜 했어.”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확실해? 난 기억하는데.”

......”

기억 안 나는 척 하고 싶으면 어쩔 수 없고. 하여간에 나 포기해. 형은 이쁜 애기들, 섹시한 언니들이 좋은 사람이야. 어둠의 세계에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오~ ?”

아아 아니 진짜로! 그게요! 어둠의 세계? 끌어들...? ??”

 

어디서부터 따져야 할지 막막해서 석율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준식은 후욱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애틋한 듯 석율을 보았다.

 

나 좋다는 놈을 구박할 수도 없고. 난감하네.”

아니라고요!!!”

그래 아니다, 아니라고 쳐.”

 

준식은 석율을 뒤에 남겨두고 먼저 나갔다. 석율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썼던 수에 그대로 당하고 있을 확률이 99퍼센트였지만, 역시 기억은 전혀 없었다. 남은 1퍼센트의 만약에때문에 자신감 있게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다시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어 보고, 이마를 화이트보드에 쿵 박았다.

*

석율은 뒤를 돌아보았다. 벌써 스무 번도 넘은 것 같았지만 신경이 쓰여서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곱슬곱슬 머리카락이 춤추는 뒤통수를 노려보고, 고개를 돌려 노트북 화면을 보며 어영부영 일을 하다 다시 휙 돌아본다. 스물 한 번째로 고개를 돌렸다 노트북으로 시선이 돌아온 순간, 사내 메신저 메시지가 화면에 떴다.

 

[성준식 대리님: 좀 부담스럽다, 석율아. 나 포기해.]

 

아니라고오오!!! 석율은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준식은 머리를 쥐어뜯고 고개를 처박는 부사수의 뒷모습을 보고 지갑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심 상태로 멍하니 책상 줄무늬를 세던 석율은 옆에 놓이는 커피컵을 보고 놀라 고개를 들었다. 탕비실 종이컵도 아니고 무려 싸제(?) 카페의 컵이었다. 돈 주고 사온.

 

이게...?”

 

얼빠지게 죽을 때 다 되신 거 아닙니까. 라고 물으려던 석율은 정신을 겨우 수습했다. 사고를 치고 아직 주인에게 들키지 않은 강아지마냥 눈치를 보며 한 모금 마신다.

 

감사합니다.”

나 잊고 좋은 여자, 아니 남자 만나라.”

푸업!!”

 

커피는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고 기도에 잘못 쏟아졌다.

 

크헉...콜록콜록, 아니라고요! 진쯔!!!”

알았어, 아니야. 알았다니까.”

...!!”

 

홧병으로 기절할 것 같이 열이 올랐던 석율은 다음 순간 백퍼센트로 확신했다. 만약의 확률은 없었다. 자신은 고백 따윌 한 적이 없을 것이며, 사수는 자신을 놀리며 괴롭히는 것으로 울분을 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안 그러고서야 성준식 성질에 침착하게 난 네 맘 못 받아줘 운운에, 잊어라 운운, 거기다 커피까지 자기 돈 내고 사 올 리가 없었다. 이러시겠다 이거죠. 석율은 조용히 컵을 내려놓고 눈을 가늘게 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다.

*

문과장은 실무직에게 부하직원들의 행방을 묻고, 고개를 젓는 대답에 한숨을 쉬었다.

이 사람들이 하루 종일 어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거야?”

글쎄요...”

 

어제 분위기 안 좋더니 아직도 그렇구나 판단한 문과장이 둘을 어떻게 화해시킬지 고민하는 사이 그는 평소에는 성준식과 한석율의 사이가 괜찮다는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 사수 부사수는 소회의실에 들어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성대리님, 사실은.”

 

준식은 부사수가 심각한 얼굴로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몸을 똑바로 하자 멈칫했다.

 

사실은...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맞습니다. 전 대리님을 좋아합니다.”

?”

 

목소리 끝이 뒤집어진다.

 

항상 대리님을 생각하고 있어요. 얼굴 보면 미치, 미치겠습니다.”

 

준식은 석율이 다가오는 서슬에 얼굴을 굳히고 슬슬 뒷걸음질을 쳤다. 눈길이 이글이글 정열적이었다. 손으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당겨 내리고 나지막히 속삭이며 가까이 온다.

 

몸이 뜨거워져요. 옷 꽁꽁 챙겨 입은 거 보면 머릿속으로 벗기고 있어. 당신이랑 하고 싶어서허.”

아오 씻빨 이 미친 도라이새끼!’

 

자기도 모르게 혐오 표정을 지어 버린 준식은 황급히 표정 관리를 했다. 여기서 티를 내면 지는 것이었다.

 

네가 했던 말 사실은 다 기억하고 있었네?”

제가 했던 말이라구요?”

그래. 석율아, 어젠 형이 술김에 맘이 약해져서 그런 거고, 너 받아줄 생각 없으니까 마음 접어. ~ 나 좋다는 사람은 왜 이렇게 많냐.”

 

선생님, 사수를 때리면 왜 안 되나요? 초자아에게 자문하며 주먹을 꾹 쥐고 자신을 억누른 석율은 은근하고 느끼하게 말을 이었다.

 

술김에 약해지시는 거면 한 번만 더 받아 주세요.”

...”

 

등이 벽에 부딪혔다. 준식은 당황해서 눈을 감았다 떴고, 그 짧은 사이 석율의 얼굴이 바짝 다가왔다.

 

이 사악한 새끼가... 이래도 뻥인 걸 인정 안 해?’

여기서 뻥이라고 하면 소시오패스 앞에서 내 입지는 끝인데.’

 

각자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입술이 닿았다.

*

으악 진짜 키스했어. 석율은 기겁하며 입술을 뗐다. 준식은 눈썹 사이에 깊게 골이 패일 정도로 찌푸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눈꺼풀이 가볍게 떨리며 검은 눈동자가 드러난다. 놀라서 홉떠진 두 시선이 부딪혔다. 여기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분명히 서로 재수없게 여기던 상대인데 금방 닿고 떨어진 온기가 아쉬웠고, 숨겨져 있던 코드가 일치한 것처럼 다시 입술이 닿았다. 목이 말라오듯 상대의 촉감이 부족했다. 석율은 눈을 감고 고개를 꺾어 키스하며 허리를 바짝 당겨 안았다. 차렷 자세로 떨어져 있던 준식의 두 손이 석율의 등을 마주 안았다. 방어적인 입술만의 키스는 안쪽까지 들어가 예민한 부분의 감각을 나누는 깊은 것이 되고, 석율의 허벅지는 준식의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떨어지자마자 아쉬워 다시 혀를 빨고, 턱 아래를 핥던 석율은 갑자기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깨닫고 경직되었다. 그는 몸을 뒤로 빼고 어찌할 바를 모르며 눈꺼풀만 감았다 떴다. 자신은 확실히 욕망을 느꼈다. 아까까지 거짓말이라고 백퍼센트 확신했던 자신감이 약해진다.

한편, 준식은 얼굴이 시뻘개져서 입술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좋아한다는 게 오기와 뻥이 아닌 진짜였나, 아님 이것도 오기의 연장선인가, 자신은 방금 왜 그랬는가를 번갈아 생각하느라 시선이 정신없이 방황했다.

 

“...거짓말해서 죄송합니다. 전 성대리님을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그럴 줄 알았다. 내가 자자고 했다는 것도 뻥이지?”

제가 고백했다는 것도 거짓말이시죠.”

“......”

거짓말이죠, ?”

 

준식은 버릇대로 입술을 깨물었다가, 석율이 즐겨 바르는 딸기향 립글로스의 맛을 제 입술 위에서 느끼고 당황했다. 석율은 침을 삼키며 대답을 기다렸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작은 회의실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

두 사람은 오래 이석한 것에 대해 한 소리 들었다. 전날부터 시작해서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난 데다 몸도 찝찝해서 기분이 좋지 않은 준식은 상황이 허락하자마자 얼른 퇴근했다. 차 문을 여는 순간, 기둥 뒤에서 그림자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식겁한다.

 

성대리님.”

아 씹 깜짝이야! !”

저 성대리님 댁에 가도 됩니까.”

네가 우리집엘 왜.”

전 정말 아무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러니까 한 번만 더.”

한번만 더 뭐. 말을 끝까지 해.”

한번 더 자자구요.”

 

준식은 차 문을 세게 닫고 뒤를 돌아섰다. 아침에 느낀 황당함과 분노가 다시 밀려와 치켜뜬 눈으로 노려본다.

 

미쳤냐? 내가 왜.”

제가 왜 그랬는지.”

너 왜 그랬는지 알게 해 주려고 나보고 뒤 대라? , 소시오패스 맞네 이거. , 자아성찰을 하려면 혼자서 곰곰이 생각을 해 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비켜.”

어디 가시는데요?”

여친 만나러.”

여친은 무슨! 소개팅 하고 한 번 만나셨잖아요?”

, 이거 봐라? 그걸 어떻게 알아. 역시 나 좋아하나보다?”

그게 아니라...! 맨날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얘기하시니까!! 그리고 한번 자나 두 번 자나 뭐 다릅니까?”

 

준식은 마음 속으로 앞으로 이 대사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본인이 할 땐 몰랐는데 남의 입에서 들으니 어이가 없었다.

다르지.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각자 내켜야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똑바로 얘기해.”

“...똑바로 얘기하면 내키시는 건가요?”

내용 들어 보고.”

 

살짝 자포자기해서 아무 말이나 던지던 석율은 의외로운 반응에 긴장했다. 그는 최대한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정리해 보려고 애썼다.

 

제가 대리님을 좋아하는 건 절대, 절대 아닌데요. 그게, 신경쓰여서 죽을 것 같지 말입니다. 아까 키스했을 때도.”

때도.”

솔직히 좋...... 좋았, 좋았고.”

렉걸렸어? 왜 이렇게 더듬어.”

 

얄밉게 대꾸하며 거만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거절인 것 같았다. 아까 키스의 여파를 떨치지 못했던 석율은 고개를 숙였지만,

 

, 지은아? 오빤데. 미안한테 오늘 못 보겠다. 야근이야.”

 

그 자리에서 전화하는 내용을 듣고 고개를 다시 들었다. 전화를 끊은 준식은 휴대폰을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화난 듯, 심란한 듯 가만히 석율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준식은 석율에게 다가가 키스했다. 석율은 열린 코트 안으로 들어오는 몸을 감싸 안았다.

*

제정신으로 하는 섹스는 굉장히 민망했다. 씻을 때도 그랬지만, 나와서 얼굴 마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손발이 오그라붙을 것 같아서 괴로워진 준식은 엎드린 채 얼굴을 들지 않았지만,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던 혀가 생각지 못한 곳에 닿는 순간 놀라서 몸을 비틀어 뒤를 보았다.

 

너네 이런 것까지 해?”

너네가 무슨 말... , 그냥 가만히 계세요.”

 

으으으아아아으으. 준식은 베게에 얼굴을 묻고 신음을 뱉었다. 희한하고 소름끼치는 기분이었다. 석율은 평소에 다다다 빠르게 수다를 떨어대던 모습과는 너무 다르게 말이 없었고 집요했다. 세운 혀 끝이 정성들여 애무한 후 대신 손가락이 들어왔을 때에도, 마침내 삽입했을 때도 그 소름은 점점 부피를 더했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 서두르지 않고 끝까지 넣고 나서 아, 하고 낮게 터지는 탄성이 준식의 귀를 곤두서게 했다. 자연스러운 감각이 절대 아니었다. 뻐근하면서 그 곳에서부터 몸이 부식되는 기분이지만 쾌감은 확실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약간의 차이를 두고 엇박이 되어 흘러나왔다. 성준식의 어떤 체취, 어떤 촉감, 어떤 부분이 그를 미치도록 몰입하게 만들었고, 전날의 기억이 희미하게 무성영화처럼 머릿속을 스쳤다. 무게를 실어 추삽질을 하던 석율은 너무 빨리 가 버릴 것 같아 잠깐 몸을 뺐다. 준식은 앓는 소리를 냈다. 아까까지 무언가 들어와 있었던 곳이 화끈해지면서 안쪽이 시큰거리고 저렸다. 석율이 한 번에 다시 넣자 곤두선 안쪽으로 자극이 몰려 올라왔다.

 

, !”

 

짧은 신음을 터뜨리며 뒤로 젖히는 등 가운데가 옴폭 파인다. 유두를 꼬집어 비틀자 파들거리며 조여왔다. 머리가 띵해진 석율은 숨을 섞어 겨우 말을 꺼냈다.

 

하아, 왜 여자랑 만나요? 너무나 이쪽이신데.”

입 닥쳐. 넌 왜 나한테 이래, 남자랑 박는 새끼들, , 넘치잖아.”

그러게요. 하나도 취향 아닌데.”

나도, , 취향 아니...”

 

준식은 말끝을 맺지 못했다. 그는 다시 시작된 추삽질과 그에 따라 감당할 수 없이 밀려오는 쾌감에 원래대로 얼굴을 묻었다.

*

전 성대리님을 좋아하는 게 아니지 말입니다.”

 

베개에 묻혀 있던 얼굴은 아직도 새빨갰다. 곱슬머리는 헝클어졌다. 준식은 물기가 남은 눈을 찌푸리고 석율을 노려보았다.

 

~ 그래. 자니까 확실히 확인이 되십니까?”

불확실합니다. 한 번만 더 하면 알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난 알겠는데? 넌 아니야.”

그것도 있다가 다시 생각해보세요.”

 

석율은 심술부리느라 얄팍해진 입술에 키스하고, 혀를 섞었다. 길쭉한 손이 그의 뒤목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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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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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해주시고 읽어주신 분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취미로 쓰는 글은 읽어주시기만 해도 감사한 일이란 걸 새삼 실감하고 있어요. 정말 감사드리고 환절기 건강조심하세요! 

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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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0214

짧은 망상 2016. 2. 15. 00:19

살다 보면 타산지석으로 삼으려던 돌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이 온다. 비웃던 행동들을 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는 순간도. 늘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살아온 한석율도 최근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찌질하다는 걸 부인할 수 없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람의 집 앞에서 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만나달라고 떼를 쓰며, 끝까지 나오지 않는 상대를 원망하는 행동들. 받지 않는 전화를 무한히 걸어 상대를 소름끼치게 만드는 것. 자기혐오가 석율을 덮쳤다. 동시에 상대에 대한 원망도 끓어올랐다. 아무리 걸어도 성준식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분명히 실내에는 불이 켜져 있고 사람 그림자가 보임에도 그랬다. 석율은 창을 올려다보며 손톱을 물어뜯고 또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받아, 받으라고.”

 

듣는 사람 없는 공허한 명령을 던져 본다.

 

진동은 멈췄다 싶으면 다시 시작되고, 또 시작되고 했다. 배터리가 다 닳아 없어질 지경이었다. 염증이 난 준식은 전원을 꺼버릴까 싶어 폰을 집어 들었다가 그만 소파에 던져 버렸다. 화면에 찍힌 부재중 전화 52통이 지긋지긋했다.

 

*

 

우리 그만 헤어지자.”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성준식은 이별을 고했다. 석율은 눈을 홉떴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둘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준식의 말이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요. 내일 아침에 만나시죠.”

장난하는 거 아니야. 끝내자고.”

 

환한 미소가 빛 바래고 얼굴이 어두워지는 과정은 슬로 모션 같았다. 석율은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았다. 방금 들은 말을 부인하듯 고개를 가볍게 흔든다.

 

무슨 소리에요.”

또 말해줘?”

갑자기 왜...”

아무래도 이건 정상이 아니야.”

??”

 

갑자기 터져 나온 큰 소리에 준식은 눈썹을 찌푸렸다.

 

목소리 낮춰.”

그게 무슨...! , . 말이 안 나온다. 그걸 지금 이유라고?”

그게 이유가 아니면 뭐가 이유가 돼. 목소리 낮추라니까.”

 

준식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덧붙였다.

 

난 승진할 거고, 해외에도 갈 거야. 어차피 흙수저 월급쟁이 신세인데 위로 올라라도 가 볼 거라고. 그러려면 부인하고 가정이 필요해.”

...”

 

석율은 기가 막힌 듯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물론 널 좋아는 하지만, 석율아, 이게 언제까지 가겠니. 막말로 결혼을 할 거야 백년해로를 할 거야? 이 정도 했으면 직성이 풀릴 때도 됐잖아.”

 

한 모금 더 삼킨 와인이 꼴깍 소리를 내며 준식의 목구멍을 넘어갔다. 석율의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하게 굳었고, 늘 따뜻한 빛을 품고 웃던 눈도 깊게 가라앉아 물끄러미 그를 보고 있었다.

 

내 말 이해하겠어?”

 

주차 어디다 했어? 같은 내용에 어울리는 너무나 예사로운 말투였다. 석율은 의자를 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말없이 자기 짐을 챙기고, 카운터에서 제 회색 코트를 받아 걸친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

 

*

 

미래에 뭐가 더 있다고 이래. 성준식은 끊어지지 않는 집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한석율은 마음에 드는 상대였다. 견원지간일 때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의외로 잘 맞았다. 석율은 눈치가 빠르고 농담할 때 자신과 코드도 통했으며, 관계할 때에도 연하의 후배답게 배려가 있었다. 술김에 충동적으로 시작된 관계가 이만큼이나 지속된 것도 그 탓이었다. 그러나 무슨 의미가 있는가. 준식은 사회의 한 부분에 안착하여 살 계획이었다. 기왕이면 중산층으로 안착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싶었다. 남들과 다른 것, 무언가 투쟁하여 이겨내야 할 것은 피곤하고 싫었다. 쉬운 길이 있다면 굳이 어려운 길을 밟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몸을 섞고 친밀하게 지낸 상대가 형편없이 상처 입은 걸 보는 것은 아무리 제 위주인 준식으로서도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석율은 화를 냈고, 그 다음에는 자존심을 버리고 매달렸고, 집착적으로 대화를 갈구했지만 성준식에겐 아무런 할 이야기가 없었다. 그냥 그게 다였기 때문에 밀쳐내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밸런타인데이 저녁이었고, 새로 소개팅해서 만난 그녀와의 약속을 앞두고 있었지만 석율이 끈질기게 전화를 해 대는통에 카톡 확인조차 여의치 않았다. 짜증이 치솟은 준식은 욕설을 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작작 좀 해! 어쩌라고!”

“저기, 성준식씨 휴대폰 맞나요?”

가녀린 목소리가 당황한다.

, 주영씨. 죄송합니다. 보이스 피싱전화가 자꾸 와서.”

 

준식은 급히 얼버무리며 의자에 걸쳐 두었던 윗옷을 집어들고 선물도 챙겼다. 어디어디로 데리러 가겠노라는 약속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전화를 끊자마자 석율의 이름이 뜨고 전화가 온다. 그는 전원 버튼을 길게 눌러 폰을 꺼 버렸다.

 

 

*

 

차를 빼던 준식은 기겁하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누군가가 갑자기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1센티 간격으로 간신히 사람을 치지 않았다. 야 이 미친놈아 소리치려고 보니 석율이었다. 검은 코트를 입고 차 앞에 선 모습은 좀 섬뜩했다. 말 꺼내기도 싫어져서 비키라고 경적을 울렸으나, 석율은 오히려 보닛에 두 손을 짚고 몸을 기대섰다. 준식은 창문을 내리고 머리를 내밀었다.

 

안 비켜? 너 진짜 왜 이래?”

어디 가십니까.”

알 바 아니잖아.”

그 분 만나러 가십니까, 그 소개팅? 기념일 그렇게 잘 챙기시는 줄 몰랐지 말입니다.”

알면서 왜 물어봐. 비켜, 형 늦었다.”

싫어요.”

아오!!”

 

준식은 운전대에 엎드렸다. 내가 어쩌다 저딴 거랑 시작을 해서 이 지랄을 하고. 그가 머리를 쥐어뜯는 그 짧은 순간에 다가온 석율은 열린 창 안으로 손을 넣어 운전석 문을 열었다. 준식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석율의 표정은 너무 굳어서 인형같이 보였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버튼을 눌러 조수석 잠금장치를 연 후, 운전석 쪽 문은 열어 놓은 채 반대쪽으로 돌아와 옆자리에 탔다. 그 사이 준식이 문을 잠가 버리고 도망칠 것을 예상한 행동이었다. 성준식은 그만큼이나 뻔뻔하고 봐 주는 게 없는 사람이었으므로.

 

왜 타. 어쩌자고.”

 

화를 내려던 준식은 뒷차가 울려대는 경적 소리를 듣고 일단 차를 주차장 구석에 댔다. 약속시간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준식은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느라 혀를 차고 입술을 씹었으며 석율은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다.

 

석율아.”

가지 마.”

 

대놓고 반말지거리를 한다.

 

?”

 

석율은 몸을 돌려 준식을 똑바로 보았다. 커다란 눈동자가 물기와 분노를 품고 일렁거렸다.

 

성준식, 당신 그렇게 가장으로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사람 책임질 줄도 모르고, 받는 데만 소질 있잖아? , 무슨, 누굴 만나서 어떻게 할 건데?”

 

준식은 기가 막혀서 웃음을 터뜨렸고, 정색하며 마주 노려보았다.

 

글쎄, 그건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그리고 당신? 이제 막 나가기로 했어?

아닙니다, 선배님. 그런데요, 성준식 당신 받아 줄 사람은 나 정도라고. 그렇게 자신을 몰라?”

야!"

"그렇게 모르니까 이러겠지."

 

석율은 손을 뻗어 시동을 끄고 키를 제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울컥 화를 터뜨리려는 준식의 멱살을 거칠게 잡아 챘고, 놀라서 몰아쉬는 숨소리를 제 입 안으로 삼켰다. 목 아래 단추가 하나 튕겨 어디론가 구르는 소리가 났다. 굳어진 혀를 억지로 빨아 당겼던 석율은 입을 떼고, 제 입술을 핥았다. 그의 눈동자는 비정상적으로 번들거렸다

 

초콜렛 받으러 가려고? 포기하시죠.”

“.......”

 

석율은 하얗게 질린 채 대답 없이 입술만 깨물고 있는 얼굴을 들여다보고, 준식의 안전벨트를 풀었다. 뒤이어 그의 의자를 뒤로 젖혔다.

 

원래 밸런타인데이는 초콜렛 나부랭이나 받는 날이 아니지 말입니다. 그럼 무슨 날이냐.”

“...그만해.”

새들이 첫 교미하는 날. 알겠어? 원초적인 날이라고.”

 

석율의 무릎이 다리 사이를 찍어 눌렀다. 단추가 없어져 벌어지는 칼라 사이로 미지근한 입김이 훅 끼쳤다. 


준식은 맨 살에 닿는 차가운 손가락에 흠칫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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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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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주세요." 대뜸 건내는 말에 미간을 찌푸리고 뻔히 요한을 보는 상연. 한 달 정도 된, 안면 있는 단골손님임. "....? 지금 저한테, 저한테 한 소립니까?" 상연은 일단 반문하며 짧은 순간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다 함. 살짝 미친걸까. 아님 게이인데 날 사모했나. 아님 농담인가. 설마 케이블방송 몰카? 등등. 요한은 굉장히 진지하게 상연의 두 눈을 뜯어보며 그의 반응을 관찰하고, 실망한 얼굴을 함. "역시 기억 못하시는구나." / "뭐가, 그러니까, 뭐를..." 요한은 볼을 부풀리고 자리에서 일어남. "그 쪽이 저한테 하셨던 말씀인데." / "제가요? 언제...??" / "..생각해보세요. 힌트는 축제." 알쏭달쏭한 말만 남기고 사라지는 요한. 곰곰 생각해봐도 무려 청혼한 기억은 자신에겐 없음.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가 무심코 저녁을 먹으려고 달걀후라이를 뒤집개로 뒤집던 상연은 갑자기 뭔가 생각남. 대학축제.

 

복학생이라 나서기 싫어서 일일주점에서 파전이나 한가롭게 뒤집던 그때. 인근 학교에서 교복입은 여고생들이 놀러왔던 것. 막걸리 안돼!하고 혼내도 꺄르르, 집에 가! 하고 버럭해도 꺄르르. 꺄르르봇같이 웃어대는 발랄한 여고생 사이에 음침하게 고개 숙인 머리 긴 소녀가 있었음. 왠지 눈이 가서 앞에 막걸리대신 주스를 놓아주니 고개를 드는데, 하얀 얼굴에 크고 검은 눈망울, 긴 속눈썹에 발그레한 입술까지 꽤 미소녀인것. (의외롭게도 구렛나룻이 좀 있는) 잠시 넋놓고 봤던 상연은 곧 여고생무리의 놀림폭격을 받음. "이 오빠 하니한테 반했나봐!" / "반했대요!" 또 꺄르르. 소녀는 '하니'란 호칭에 발끈해서 입 열려다 꾹 다뭄. 왠지 그 '하니' 가 다른 소녀들에게 다구리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신경쓰인 상연은 잠시 이리..” 하고 옆으로 불러냄. 쭈뼛거리며 따라오는 소녀.(배경음으로는 꺄르르)

 

"혹시, 괴롭힘 당해?" 대답 없이 고개만 절래절래.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 다정한 상연의 말투에 고개를 든 소녀는 울망울망 보다가, 마침내 입을 염. "저기..." 목소리가 엄청 허스키. 감기 걸렸나 생각하며 고개 끄덕이는 상연.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수있어요?" / "뭔데." / "청혼 좀 해주세요." 상연은 벙찜. 도라이?하고 냉정한 생각을 하는 그에게 소녀는 말을 이음. "쟤들하고 내기한 거예요. 청혼받기."/ "? 그럼 쟤네는 뭐 해야 되는데?"/ "...그런 건 없어요." 일방적 내기라니 역시 괴롭힘이구나. 결론내린 상연은 소녀떼들앞으로 다시 '하니'를 데리고 왔는데 막상 하려니 핵창피한것. 얼굴이 벌개지고 동공지진 옴. 으흠, .하고 목을 고르고 "결혼해주세요."하고 말하자 여고생 일제히 비명, 소녀는 빨개짐, 동기들은 급황당. "~상여이 니. 우와~ 잘가라. 니 콩 시러하쟎아. 내 사식은 넣어주께."/ "뭐라고? 박상연 원조교제한다고?" 놀려대는 동기들한테 하지마라!! 화내며 투닥거리는 상연. 그러다보니 여고생무리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음.

 

아무리 생각해도 청혼의 기억은 이게 유일함. 상연은 노른자를 젓가락으로 푹 찌름. 그때 그 소녀가...성전환? 박터지는 생각을 하다 고개저음. 그럴 리가. 이제 와서야 어쩐지 목소리가 허스키하더라니. 구렛나룻이 있더라니 싶음.

 

다음날. 다시 찾아온 요한에게 기억났다고 말하는 상연. "그때, 그게.. . 그쪽이었다니. 상상도 못해서." 요한은 기분이 좋은 듯 웃고, 상연은 질문함. "어떻, 어떻게 알아봤어요?" / "알아본 게 아니고." 일어나 다가오는 요한. "생각나서 찾아봤어요. 졸업하고 어떻게 되셨나." 약간 꺼림칙해서 물러나는 상연. "...?"/ "결혼하자면서요."/ "농담으로 받는 말에 인상 찌푸리는 걸 보고 웃음 터뜨리는 요한. 그때 신경써줬던 게 기억에 남아서 언젠가 찾아보고 싶었다며. "그러고보니, 그 땐 왜 차림새가."/ "제가 친구를 좋아했었는데, 그걸 그 친구 여친한테 들켜서. 괴롭힘으로 여장당한거에요." / "그랬구나. 역시 괴롭힘...? 친구 여친?" 걸리는 단어에 고개를 드는 상연. “그럼...” 상연은 슬슬 발을 물리는데.

 

요한은 모르는 척 "저녁 같이 드실래요." 하고 제안함. ", 약속이 있어서..." 하고 빼는 상연에게 그럼 내일 브런치는?-아침 안 먹어서../ 점심은?-가게에서... /저녁은?-약속이.. 하고 거절당하면서도 집요하게 물어봄. 그리고 저녁 해가 기우는 창 밖을 보며 쓸쓸하고 상처받은 얼굴을 함. "역시, 기분 나쁘세요?" / "아니, 그건 아니고~" 상연은 손을 내저음. 갑자기 가슴이 욱신거림. "그냥 형, , 형이라고 해도 돼요? 형 한번 보고 싶었어요. 용기가 안 나서, 그 동안 말을 못.." 가련하게 얘기하다가 뛰쳐나가려는 팔을 상연이 붙잡음. "모레." / "?" / "내일 모레는 되는데, 저녁." 요한은 상연의 말을 듣자 언제 음침했냐는듯 환히 웃으며 좋다고 하고, 번호까지 따 감. 이거 뭔가.. 껄쩍지근한데 뭔진 말로 형용을 못 하겠는 상연.

 

같이 저녁 먹기로 한 날 요한이 차로 데리러왔는데 셔츠에 검은 바지차림인 상연과는 달리 정장차림인. 거기는 최소한의 드레스코드로 넥타이가 있다며, 미리 말씀 못 드려 죄송하다고 자기가 사주겠다는 요한. 한사코 거절하는데도 데리고 가서 넥타이 고르고, 상연의 목에 둘러 해 주며 매듭을 올려 묶음. "..크흠. 너무, 너무 꽉 맸는데." 상연의 대답에 "죄송해요."하고 좀 늦춰주는 손길엔 아직도 힘이 들어가 있음. 눈이 마주치자 짓는 미소는 꽤 짙어서 상연은 묘한 기분인 채 시선을 마주하고, 넥타이는 여전히 조임. 자신이 둘러준 껍데기, 자신이 목 둘레에 채운 굴레를 흐뭇하게 보며 미적미적 넥타이를 놓아주는 요한.

 

왜때문에 요상썰은 어딘가 섬뜩해지는거죠ㅋㅋㅋㅋㅋ

 

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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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님 대릿니임.” / “~” / “왜 제가 사 드린 티 한 번도 안 입으십니까? 같이 입어요.”/ “싫어.”/ “...고민 좀 하고 말하지?”/ “넌 테이스트가 너무, , 유니크해. 투머취.” / “대리님 테이스트는 너무 플랫하지말입니다?”

 

보그병신체로 싸우는 두 사람.

"너랑 내 취향 차이라고 인정해주면 안되겠냐? 꼭 그 구린... 아니 요상한, 아니이! 하여간 그걸 입혀야겠어?"/ ".. 지금 본심 다 나왔어 딱 다 나왔어!" 삐진 석율. "다시 주세요." / "아 뭘 또 달래."/ "어차피 안 입으실거잖아요. 저 혼자 두개 다 입을 겁니다."/ "싫은데."

 

거절에 더 빡치는 석율. 안 입을거면서 왜? vs 줬음 끝이지 니가 왜?하고 싸우고 각자 쌩하니 집에 가는데. 며칠 후 같이 술 마시고 그날따라 피곤했는지 꽐라된 성대리님. 석율이는 힘겹게 대리님 데려다주는데, 현관 앞에서 정신 좀 차린 대리님이 한사코 가라고 떠미는 것. 왜 못 들어오게 하는지 갑자기 수상하게 느껴진 석율은 가는 척 했다가, 시간이 좀 지나서 도어락열고 들어가보는데..(크리피

 

옷 그대로 입은 채로 침대에 엎어져 잠든 대리님이 뭔가를 안고 있음. 예전에 자기가 선물해준-그리고 핵구박당한- 큰 곰인형에 커플티를 입혀놓은 것. 그걸 안고 잠듦. 마음이 풀린 석율은 귀엽다며 곱슬머리에 뽀뽀하고 곰 빼주고 옷 벗겨주려고 했다가 명치 처맞음.

"야이~ 율이 건드리지므!" / "으악업!(ㅈㄴ아픔) ...본체보다 인형이 더 중요한거야? 그런거야?"

아퍼서 눈물글썽한 석율. 그럼 대리님은 "..본체? 어디써......" 하다가 "본체가 중요하지." 라고 함. 취중진담에 빨개진 석율.

 

그러나, 훗날 자기 때문에 빡칠때도 율이를 팬다는 걸 알게 되고 싸움은 다시 시작되는데..(네버엔딩

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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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식데이트까지 사무실에서 하고 싶냐취향 진짜 이상해?

석율생일 이벤트 해 주신다고 하셨잖아요이거 입어주세요.

준식뭐야이게미친.. 너나 신어스타킹.

석율오피스걸 플레이 좀 해 주세요제가 한대리대리님이 가련한 여사원.

준식: (지랄하구 있네..) 네가 입으면 내가 성과장 할게.

석율대리님이 하시면 너무 현실 같아서 소름끼치지 말입니다.

준식??? (눈을 부라림)

석율아 그게 아니구하여튼낮에는 제가 맨날 져드리는데밤이라도 좀 이기면 안 됩니까?

준식져 드린다야하대다나네 한석율그러니까 네가나 이길 수 있는데 져 준다는 거지?

석율: ....아니그게.

준식그러지 말고 낮에 이기는 플레이 해. (검지로 이마를 콕콕 찍으며내일부터하라고.

석율: (ㅠㅠㅠㅠㅠ 내 생일은플레이는?) 율무룩해진 석율은 쓸쓸하게 스타킹을 다시 가방에 넣는데주섬주섬 개켜 놓고 나니 성대리님이 석율이 책상에 앉아 있음넥타이랑 셔츠 단추 하나씩 풀면서. '이긴다며이겨봐.' 

그래서 갑자기 승리에의 욕구에 불타는 석율

 

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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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오버스 아닌 걸로 망상.

일 많아서 미친듯 일시키는 대리님, 바빠죽겠는데 자꾸 우웁 으윽 헛구역질 하는 석율. 대리님은 그게 거슬림.

소화 안 되면 약 먹어라.”

괜찮습..우욱!”

“.....(핵짜증) 너 혹시 임신했어?"

뭔소리야. 속으론 화내지만 겉으로 애써 웃는 석율.

"물 좀 마시고 오겠습니다."

탕비실로 오면서 아오 저 새끼 말하는 싸가지! 하고 화내는 석율. 그런데 돌아와 보니 책상 위에 얌전하게 활명수가 올라와 있는 것. 석율은 갑자기 욕했던 자신이 부끄러움.

"...설마. 이거 성대리님이 주신 겁니까?" / ". 마셔."

뒤도 안 돌아보고 입 모아 커피마시며 얄밉게 말하는 성대리님. 뚜껑 따서 마시면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했으면 해피엔드인데 꼭 2절을 해서 재앙을 부르는 석율이 입이었다...

"대리님이 웬일로, 저한테."

저건 꼭 따져요. 속으로 욕한 대리님은 뭔가를 석율이한테 던짐. 그것은 바로 까스활명수 뚜껑. 안쪽엔 '한 병 더 이벤트 당첨!' 이라고 써 있음.

석율: (그럴 줄 알았다...)

준식: 줘도 지랄이라는 옛말이 딱 맞아요.

 

키워드 다 넣었지 말입니다ㅋㅋ

 


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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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ㅏ 돈ㄴ ㅏ 의 혁규, ㅌ ㅐ후의 한석원 근본없는 크오 썰


이사장 한석원씨가 퇴근할 때 정부 혁규한테 사준 오피스텔로 퇴근했으면. 유부남인데 아이는 없고, 트로피와이프와 석원은 각각 애인이 있음. 부인 역시 있는 집 자식에 석원한텐 애정 1도 없고.

 

하여간, 이 부인이 혁규의 존재를 알고 병원으로 찾아와서 불러냈으면. 방어적, 반항적 자세로 가서 앉았던 혁규는 예상과 다른 상대의 반응에 벙찌고... 그녀는 혁규를 앞에 앉혀 놓고 우아한 미소를 띠우며 손톱이 잘 다듬어진 긴 손가락으로 펫샵에서 강아지 고르듯 턱을 들어보고, 찬찬히 뜯어보는 것. 그리고 취향이 나쁘진 않네하고 감. 혁규는 이 부부가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 의아해지고. 어쨌든 그는 가난한집 아들이라 백그라운드가 필요하니 석원을 포기할 생각은 없음. 저녁 먹으면서, ‘오늘 찾아왔던 거 알아요?’ 하고 묻는 혁규. 석원은 고개도 안 들고 누구, 와이프?’ 하고 묻고. '별 일 없었지?" / "...알아도 상관없어요?" /"." 이러고 대화 끝.

 

낮에 사회적 관계와 가면에 온 힘을 쏟는 석원은 퇴근하면 말하기 싫어함. 혁규도 석원을 사랑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인간적인 호기심이 있어 말을 걸어보려고 하면 애초에 차단하기 일쑤. ㅅㅅ 할 때 이외에는 손대는 것도 싫어했으면. 혁규가 옷 벗기려고 하면 손 치우고 자기 혼자 하나하나 단추며 넥타이 풀어냄. 어느 날, 석원이 엄청 찌들어가지고 퇴근해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음. 그때는 혁규가 커프스 단추 넥타이 시계 풀어줘도 가만히 있었으면. 마네킹처럼 가만있는 석원을 옆눈으로 살피면서 하나씩 떨궈내는 혁규. 그리고 침대에 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지친 석원을 안고 잠들 때까지 있다가, 미간 찌푸리고 잠든 거 들여다보면서 묘한 감정 느끼는 그런 거 보고 싶다.

 

첫 만남은, 혁규가 되게 어려운 집에서 겨우겨우 의대 보낸 애라 학자금 대출만도 어마어마한데 지금은 꼴랑 대학병원 인턴. 월급가지고 자기 생활비 하기도 힘겨운 마당에 집에선 여동생 대학 간다고 손 벌리고 막 그래서 힘겨움. 개업의는 앞으로도 꿈도 못 꾸겠고 갖고 있는 야망은 돈 잘 버는 과로 전공의 해서 부잣집 여자 만나 개업을 하는 거. 안 되면 페닥으로 어찌어찌 식구들한테 빨대 꽂히면서 살 그닥 즐겁지 않은 미래상이 있음. 그 날 따라 실수해서 조인트 까이고 태움 당하고 잠 못 자고 더 이상 못 참겠다.’ 하고 옥상 올라가서 줄담배 피우는데 옆에 몸에 딱 핏되는 맞춤수트 입은 부내나는 아저씨가 서 있음.

 

중키에 머리는 짧고 담배도 안 피우고 주머니에 손 넣고 멀리 어딘가를 보고 있는데 무슨 생각 하는지 알 수 없는, 어딘가 눈길을 끄는 분위기가 있어서 담배 손가락에 낀 채로 저도 모르게 멍하니 보다 그 사람이랑 눈이 딱 마주침. 석원은 눈이 날카로워서 순식간에 혁규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스캔함. 자기병원 가운, 떡진 머리, 꼬질한 슬리퍼, 가운에 수 놓여진 이름. 혁규는 '어디서 이 사람 봤는데...?'하고 생각하다가 이사장임을 알고 헙. 하고 고개숙여 인사. 석원이는 인사 안 받고 물끄러미 보다가 감. 혁규는 '되게 거만하네' 이러고 잊었는데 호출이 옴. 일개 인턴인데 무려 이사장실로 호출.

 

문 열고 들어가니, 서류 보고 있던 석원씨는 이마에 주름잡고 눈 치켜뜨고 혁규를 바라본 다음. 뻘쭘하게 들어와서 뒷짐 지고 몸 살짝 흔들면서 서 있는 걸 스캔함. 혁규는 안절부절. "부르셨습니까" 하는 말에 앉으라고도 하지 않고 대뜸 본론부터 꺼내는 석원씨. 서류 보면서

"여기, 너무 좁지 않나요." / "?" / "지금 사는 오피스텔." / ", 거의 못 들어가긴 하지만요." / "일이 많이 힘든가?" / "아뇨아뇨, 힘들다는 뜻은 아닙니다." 황급히 수습하는 혁규. 석원은 사람 불편하게 서류 토닥토닥 넘겨보면서 말이 없음. 불편해진 혁규는 결국 먼저 말을 꺼냄.

"..하실 말씀이..." / "원래 그렇게 성질이 급해요?" / "죄송합니다."

이런 불편한 대화 아닌 대화가 이어지고, 혁규는 뒷짐 진 손을 등 뒤에서 서로 쥐어뜯음.

"가족사항이... 홀어머니에 여동생. 여동생이 어리네." / ".... 이번에 학교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석원씨는 보던 서류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옆으로 돌아 나옴.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 움찔거리면서 뒤로 물러나는 혁규. 할리퀸 남주자세로 책상에 엉덩이 걸치고 선 석원씨는 팔짱을 끼고 혁규를 빤히 봄.

혁규씨는 어떤 사람입니까. " 혁규는 의아함. " ...?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말 그대로, 어떤 사람이냐고.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뭐든 하는 사람? 아님, 가치관에 얽매여 있는 사람?"

떠 보는 말. 혁규는 석원을 뚫어지게 보고. 굳이 따지자면 자긴 전자라고 대답함. 그러니까 석원이 입꼬리 샥 올려서 보조개가 보일 듯 말듯 웃는 것. 석원은 책상에 걸쳤던 엉덩이를 떼고 몸을 똑바로 세우고, 혁규에게 다가가 잘 다듬어진 손가락으로 혁규 가운 앞주머니에 뭔가를 넣어줌.

"생각해 봐요."

하고 말하고선 나가라는 듯 손끝으로 톡, 두드리고 손을 뗌. 태도가 단호해서 ''하고 나가야 할 분위긴데 되묻는 혁규.

"왜 부르신 겁니까?"

그 말에 눈을 크게 뜨더니 입 꾹 눌러 다무는 석원.

"생각해 봐요. 좋은 머리로."

혁규는 혼란스럽게 석원을 바라보지만 그는 자리에 앉아 서류를 뒤적이며 이미 없는 사람처럼 혁규 무시. 혁규는 조용히 뒤돌아서 나옴. 그때 호출이 와서 급하게 달려감. 갑자기 또 잡일의 소용돌이 시작. 하루 종일 그러고 나서야 겨우 숙직실 가서 쩔은 바지에 낡은 삼디다스 슬리퍼를 발에 꿰고 책상에 앉아 석원이 앞주머니에 넣어준 뭔가를 꺼내 보는데 카드키임. 혁규가 인턴으로 일하는 대학병원에서 멀지 않은, 실평수 크고 비싼 복층 오피스텔 카드키. 밑도 끝도 없고 호수도 없는 오피스텔 카드키만 딱.

 

뭐야, 이건.’

손가락으로 집어 들고 멍하니 보던 혁규는 석원의 멘트를 차례대로 떠올림.

네 오피스텔 좁지 않냐 - 집안사정 어렵지 않냐 - 넌 원하는 걸 위해 뭐든 해? - 오피스텔키.

한석원은 사회적 지위도 있으니 자신보다 잃을 것도 많아서, 대놓고 집어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직접적으로 어필한 것. 그거 깨닫고 엄청 충격받는 혁규.

'지금 나한테...! ...? 여자도 아니고.. (충격) 있는 놈들은 너무 일찍 다 모든 걸 체험해서 변태라더니. 우리 이사장은 그런 취향인가. (충격) 나한테 하고 싶다는거야? ...?'

계속 와장창 충격 받는 혁규.

"생각은 뭘 생각해봐. 미친 변태새끼.. 배가 쳐 불렀나."

빡쳐서 중얼거리며 다음날 카드키 들고 바로 이사장실 갔는데 석원이 없음. 자기가 바쁠 땐 못 가고, 겨우 시간이 나서 가면 석원은 없는 상황이 반복. 그 다음 날도. 처음의 분노는 사그라들고 '이사장이 스폰 제안을 했다' 만 뇌리에 남은 채 혹사당하고 있을 무렵, 그제서야 호출이 옴. 이틀 밤 못 자고 쩔어서 수염 나고 머리는 중국천안문광장 아저씨 되고 냄새나는 상태로도 일단 카드키 챙겨서 이사장실 가는 혁규. 잠도 못자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이사장실 문 열었는데, 석원이 혁규 몰골 보고 눈썹이 꿈틀. 가까이 가려는 혁규에게

"거기" / "?" / "거기 서서 얘기하라고. " 하며 못 다가오게 함ㅋㅋㅋㅋ 그리고 "생각해봤어요?"라고 물음. 혁규는 주머니에서 카드키 꺼내서 돌려주려고 하는데. 안 그래도 자기 힘든 상황에 이사장 때문에 더 못 자서 눈앞에 검고 흰 반점이 보이고 앞머리 다발이 눈앞을 어른거림. 지쳐서 흐느적거리는 다리랑 흐린 시야로 석원을 보는 혁규.

"제가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혁규는 이성적 판단을 상실하기라도 한 듯 나오는 대로 얘기함. "전 뭘 얻을 수 있습니까." 체력이 바닥을 치니까 갑자기 너무 지친 것.

 

석원은 혁규한테 넌 뭘 얻고 싶냐 묻지도 않고 재력이랑 권력 있는 애인.” 이라고 대답. 혁규는 똑똑하니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들을 것. 그 말 안에는 재력과 권력 자체는 네 것이 되지 않음을 명시하는 전제가 있음. 원하는 걸 다 해주지만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에만, 이란 것. 혁규는 카드키를 쥔 손에 힘을 주는데. 석원은 되게 평온하게 오피스텔 호수 알려줌. 안 가고 서 있으니까 또 이마에 주름잡고 올려다보며 ", 그러고 오진 말고." 하고 외모 지적함. 그날 밤이 당직이 아닌 걸 알고 불렀는지, 어쨌든 갈 수 있는 상황이긴 해서 씻고 면도하고. 중간에 현타 몇번 느끼고 지금 자기가 이대로 해나가면 얻을 수 있는걸 따져 봄. 수련의 거쳐 전공의. 원하는 전공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페닥으로 학자금 갚으며 가족에게 빨대도 꽂히며 시달리고. 가능하다면 사랑 이딴 거 때려치우고 병원 차려줄만한 여자와 선봐서 결혼. 처가 비위맞춰가며 일하는 미래.

 

반면, 놀랍게도 먼저 제안한 상대는 아마도 생활비와 금전적 지원을 해 줄 거고, 레지던트 할때 치열한 자기 희망 전공과로 갈 수 있게 힘을 써 줄 수 있을지도 모름. 그리고 일정 시간 이후에 그쪽이 질려서 끊어진다 한들 희망전공으로 가면 꽤 살 만하지 않을까를 계산해보는 혁규. 뭐가 달라. 전자 역시 결혼이란 미명하에 역시 날 파는 건데. 후자가 차라리 더 자유롭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현타를 모른 척 하고 감. 옷은 면접 때 입었던 수트를 입고ㅋㅋㅋㅋ

 

긴장하고 갔는데 석원이 없어서 기운빠진 혁규는 오피스텔을 돌아보는데, 아주 넓고, 이미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는 데다 뒷쪽으론 리버뷰. 수트입고 강을 내려다보며 자기 현실을 곱씹는 혁규. 그때 도어락 열리는 소리와 함께 석원 등장. 미간 잔뜩 찌푸리고 기분도 엄청 나빠 보임. 자리에서 일어나서 직장상사한테 하듯 인사하는 혁규. 석원은 들어오다 말고 수트 풀 장착한 혁규를 물끄러미 보겠지.

 

"어차피 벗을 건데 왜 그렇게 차려 입었어요." 그 말에 혁규는 입술을 질근 깨물고, 석원은 약간의 조소를 보이고 문 열린 방에 가서 차례로 몸을 조이는 것들을 풀어놓음. 넥타이. 커프스단추랑 시계. 결혼반지도. 수트 겉옷까지 벗어 놓고 흰셔츠에 검은 바지 차림이 되어 소파에 앉은 석원은 그 과정을 뻘하게 서서 지켜보는 혁규를 힐끔 보고, "벗어." 라고 아예 반말로 명령하는데... 혁규가 확실히 하려고 입 열려는 순간 커피테이블에 카드와 서류같이 생긴 걸 올려놓는 석원. "읽어봐. 너 하고 싶은대로 하고. 병원 내 인사까지는 뒤 봐줄 수 있고. 질문?" 하고 짧게 말하는 거 보면 더 이상 얘기하기 싫어 보임. 석원은 피곤하고, 안보고 싶은 인간들을 많이 봐서 기분 나쁜 상태.

 

서류는 계약서임. 넘겨보며 읽은 혁규는 살면서 애써 발버둥치며 지켜온 자존심이 짓밟히는 기분을 모른 척 하며 옷을 벗음. 벗을 때 뻘하게 어디까지 벗어야하나 고민할듯ㅋㅋㅋ 고민하던 혁규는 검은 드로즈는 남겨놓고 벗음. 건조한 목소리로 ㅍㄹ 요구받고 반항적인 심정으로 앞에 무릎 꿇고 눈썹구기고 입에 넣었던 혁규는 곧 후회함. 거부감+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음+남자 걸 입에 물고 있다는 핵현타. 그래서 입에서 빼내고 손등으로 닦는데. 석원이 굉장히 기분이 안 좋아보이는 것. "사람이 뭔가 살 때는 어느 정도 기대하는 바가 있는데." 하고 맨발로 혁규의 다리 사이를 꾹 누름. 그러나 혁규는 건방지게 말대답함. "원래 새 건 길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석원의 풋잡에 흑, 소리내고 가는 발목 잡아서 떼어내면서 석원의 것을 다시 입 안에 넣음. 이게 일종의 의식처럼, '난 널 샀다.' 를 확인하는 행위로 생각되어 반감을 느낀 혁규는 도리어 적극적으로 ㅍㄹ. 이따금 욱, 하고 목 안으로 욕지기가 올라오는 걸 억누르면서. 석원은 혁규의 잘 생긴 눈썹이 움찔거리고, 눈이 감겼다가, 자신을 올려다보는 걸 내려다보며 손을 뻗어 혁규의 머리칼을 움켜쥠. 혁규는 말끔하게 다듬어지고, 창백하고 비인간적으로 보이던 상대의 뺨에 점점 핏기가 올라오고, 숨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는 걸 올려다 봄. 보통 수련의들은 만성적인 수면부족으로 흰자에 핏발이 서 있기 마련인데, 올려다보는 혁규의 눈은 물기 어리고 흰자가 깨끗함. 피로에 찌든 채 흐느적거리는 몸짓에 대비되는 눈동자와, 어딘가 아이 같은 분위기를 보고 첫눈에 혁규를 골랐던 석원은, 목안으로 기침하며 서투르게 자기 걸 빨면서도 반항적으로 올려다보는 얼굴을 보고 머리칼 잡아 입에 ㅍㅅㅌ질을 하고, 힘겨워하면서도 끝까지 고집 세게 자세를 유지하는 혁규 입 안에 ㅅㅈ. 혁규는 이런 일 자체가 처음이라 비위 상하는 걸 견딜 수가 없어서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삼키고 숨을 몰아쉼. 표정은 자존심이 상한 듯, 그러면서도 기 안 꺽이고 말간 눈을 치켜뜨는 혁규. 석원은 그게 맘에 좀 들겠지.

 

석원은 사정 후의 무거운 무력감에 으흠.하고 작게 신음하면서 고개를 한 쪽으로 꺾고, 자기 셔츠 단추를 풀고 일어나서 바닥에 떨굼. 혁규는 구역질 때문에 눈이 빨개진 채로 얼른 따라 일어섬. 거리낌 없이 마르고 각진 상체를 드러내며 침대로 간 석원은 거기앉아 나머지도 다 벗어 떨굼. 어떻게 보면 전혀 모르는 사이에, 너무 무감각하게 옷을 벗는 게 혁규 눈엔 어딘가 결여되어 보이는 것. 맨몸을 드러내고 빤히 올려다보는 시선에 옆에 벌쭘하게 앉았던 혁규는 석원이 인상 쓰는 거 보고 이거 아니군. 하고 침대에 누움. 스폰을 떠나 남자랑 해 본 적이 없으니 맘대로 해라. 이런 태도로 눈 굴리면서 천장보고 똑바로 누운 것. 반항적이지만 살짝 겁도 먹은 채 도록도록 굴리는 눈동자를 보고, 석원은 좀 웃은 후 위에 올라탐. 이제 한다고 생각한 혁규는 마음을 다잡고 '외항문괄약근손상방지를 위해 몸을 이완하자' 이딴 생각하는데...관장도 하고온...

 

위에 올라탄 석원은 젤 뚜껑을 열고 혁규꺼에 발라 핸드잡. 허벅지 벌려 혁규의 두 허벅지를 다리 사이에 두고 꽉 졸라 못 움직이게 함. 사실 힘으로 떨치면 뿌리칠 수 있겠지만 상황상 가만 있는데, 상대방 허벅지가 말라서 아픔. 참는 혁규ㅋㅋㅋㅋ 혁규는 석원이 자기 사정 1도 안봐주고 그냥 박을 줄 알았는데 핸드잡 해줘서 놀라는 것. 끝까지 깔끔하게 다듬어진 긴 손가락으로 잡고, 느리게 아래위로 쓸던 손이 끝부분과 아랫쪽을 자극하다가 빨라지고. 다시 느려짐. 혁규의 성기는 심리적인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ㅂㄱ해서 단단해지고, 그거 보고 석원은 혁규 허리께로 좀더 올라와 앉아 자기 뒤도 품. 혁규는 좀 전과는 또 다른 충격에 휩싸이지만 손가락을 안으로 넣고 하....하고 길게 숨을 내쉬며 고개 기울이고 내러다보는 석원의 얼굴은 낯설고도 눈을 뗄 수 없는 것임. 석원이 흐, . 하고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뒤를 푸는 동안 핸드잡만은 아닌 이유로 더 ㅂㄱ한 혁규는 손가락이 빠지는 순간 석원의 허리를 잡고 먼저 넣을 것 같다. 석원은 아직 덜풀린 곳에 박혀서 윽. 신음하고 손등으로 혁규 뺨을 가볍게 쳤으면. 혁규는 천천히 움직이는 석원 때문에 미치겠어서 허리 움직이려다 손등으로 뺨을 탁탁 몇대 맞고. 강아지 때리는 것처럼 가볍게 손바닥도 아닌 손등으로 치는 게 성질을 돋궈서, 화가 나 몸 일으켜서 석원 까는거 보고 싶숩니다 예...(마른 세수

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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