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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이면

전력 60분 2016. 7. 17. 14:24
키스하고, 좋아한다고 말하고, 같이 웃고,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만들고.  모든 게 상대의 옷을 벗기기 위한 수법은 맞지만, 한석율은 그 과정 자체도 즐기는 반면 성준식은 목표가 지연되는 걸 귀찮게 여겼다. 둘은 전혀 다른 인간이었다.

“대리님 저희 집에 처음 와 보시죠. 야경이 예쁘지 말입니다.”
“이야, 넓네. 이 정도 살려면 월세가 얼마야?”

대화에서부터 서로 너무나 다른 걸 추구하고 있는데도, 석율은 한 가지 생각에 정신이 팔려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음악을 틀고 조도를 낮춘 후 냉장고를 열며 와인이 어쩌고 종알거리던 석율은 상대가 이미 욕실에 들어가 버린 걸 깨닫고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머리카락에서 물을 떨구며 나왔을 때는 더욱 더. 준식이 맨 몸을 그대로 드러내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준식의 등 가운데 오목한 곳을 따라 다 닦이지 않은 물이 방울져 흘러내린다. 물방울은 궤적을 그리며 작은 엉덩이 골 사이로 자취를 감췄다. 늘 건조해보이던 피부 역시 덜 말라 촉촉했고, 있는 힘껏 틀어 놓은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살갗과 유두가 곤두섰다. 멍하니 바라보던 석율은 식탁에 와인을 주르륵 쏟았다.

“대… 대대, 대….”
“대대 뭐어.”
“어오, 대리님∼ 뭘 좀 걸치시고.”

석율은 당황할 때 나오는 버릇대로 허둥거렸다. 준식은 머리에서 수건을 벗겨 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사우나도 같이 가놓고.”
“그게, 그거랑은 다르죠. 아, 일단 뭐 좀 드시…?”
“안 먹어. 침대 어디야?”

성준식은 욕망 앞에선 거침이 없어서 석율이 바라던 분위기라곤 한 톨도 없었지만, 이미 상관없었다. 두 사람은 너무 다르지만, 그래도 종착지는 한 군데이므로. 석율은 와인 병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

샤워를 하고 나오니 그 새 에어컨을 더 낮춰 놓았는지 추울 정도였다. 석율은 두 팔로 몸을 감싸며 복층으로 올라갔다. 준식은 이불 안에 완전히 몸을 폭 묻은 채 얼굴만 동그마니 내 놓고 있었다.

“추우면 온도를 높이시지.”
“딱 좋아.”
“그러시겠죠.”

자기 집 아니라고 막. 석율은 입 안으로 투덜거리고, 일부러 이불을 훌렁 들췄다.

“아익, 추워.”
“추운 게 좋으시다면서요.”
“따지지 좀 마라.”
“그게 제 매력인데.”

준식은 눈 밑을 접어 올리며 면박을 주려고 했으나, 석율이 침대 위로 올라와 허벅지에 손을 대자 입을 다물었다. 취기를 빌어 급하게 이뤄졌던 첫 관계와 달리 석율의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손바닥이 가볍게 매끄러운 배를 쓸고, 위로  올라와 차가운 공기에 일어난 젖꼭지를 매만진다. 얕게 호흡하며 상대가 어떻게 나오나 보던 준식은 배꼽 위부터 가운데 옴폭 파인 곳을 따라 올라오는 혀끝에 숨을 들이키고 목으로 침을 넘겼다.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던 손은 무릎을 더듬었다. 꼭지 주변 예민한 곳을 핥다 입 안으로 살며시 빨아들이고 내어 놓은 후, 길게 늘어지는 준식의 숨소리를 들으며 젖은 눈으로 올려다본다. 많은 것이 담긴 두 시선이 마주쳤다.
성준식은 따지자면 감정에 있어서 그다지 솔직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본심을 숨기기 힘든 순간이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석율의 머리를 쓰다듬고, 손가락을 차갑게 식은 머리카락 안으로 넣었다. 두피는 뜨거웠고, 석율의 고개는 내려갔다.

“음.”

작게 소리 내는 얼굴을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올려다 본 석율은 입 안에서 단단해지는 유두를 혀끝으로 굴리며 손으로 천천히 준식의 성기를 애무했다. 그리고 무너지기 시작하는 표정을 보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방을 기민하게 살피는 평소 성준식의 표정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그것을. 늘 어느 정도 띠우고 있는 거만한 기색과는 별도로, 뭔가를 바라듯 석율을 직시하며 열망을 드러낸다. 낯익고 낯선 상대. 오랫동안 의식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알 수 없는, 그러나 깊은 곳에서부터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상대. 석율은 주저하며 시원한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얼굴을 들어 키스했다. 상대는 망설이지 않고 입을 벌려 그를 받아들였다.

둘의 고착된 사회적 관계는 어느 정도의 관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성준식은 일방적으로 봉사를 받으면서도 위화감 없이 받아들였다. 석율이 그의 성기 끝을 빨고, 혀를 세워 옴폭한 곳을 간질이다가 입 안에 넣고 핥아 올리는 동안 그는 수그려진 머리를 쓰다듬고,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하는 쾌감을 적당히 누르느라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하아, 좋아. 아니 그렇게 말고. 그렇지. 음, 으.”

머리를 내리 누르고 허리를 느적하게 움직이며, 한참 어린 여자애를 구슬리듯 하는 말투에 석율은 발끈했다. 침대 위에서도 선배인 건 아니지 말입니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하게 빨고 고갯짓을 빠르게 했다. 준식의 숨소리가 헐떡거리며 높아지기 시작하자 입 안에서 빼낸다. 석율은 젖은 입가를 손등으로 훔치며 더 아래로 내려갔다. 주름져 단단하게 다문 곳을 적셔 연다.

“……!”

여유롭게 베개에 기대 있던 머리가 들렸다. 준식은 당황하며 다리를 움츠렸지만, 단단한 손이 그의 허벅지를 벌려 눌렀다. 간질거리며 적셔 오다 몸 안쪽을 찬찬히 엿보고 두드리는 감각은 여태까지 익숙했던 감각과는 전혀 달랐다. 준식은 저도 모르게 크게 신음했다.

“흑, 아…, 앗!”
“…싫어요?”
“아니.”

너무나 즉답이었다. 석율은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래야 성준식이지 싶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똑바로 앉았다.

“올라와요. 만져줄게.”

준식은 건방진 말투에 혀를 차면서도 석율의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 두터운 팔이 마른 허리를 당겨 안고, 다른 손이 충혈된 성기를 느리게 문지른다. 목에는 더운 숨이 끼쳤다. 준식은 석율의 등을 마주 안고, 어깨에 이마를 댔다. 차갑게 식은 피부는 맞닿으며 뜨거워져 녹아 붙을 것 같았다.

석율은 빠르게 뛰는 심장을 스스로도 느꼈다. 성준식이 순순히 제 무릎 위에 올라와 앉는다. 아직도 물기가 맺혀 있는 머리카락이 어깨 위를 간질이고, 긴 손가락 끝은 등줄기를 쓸어내린다. 흐으 하고 끝이 늘어지는 숨소리가 가슴을 간지럽혔다. 그는 더 이상 수용할 수 없게 된 가쁜 호흡을 입으로 토해냈다.

아까까지 조심스럽던 손길이 갑자기 격해지자 준식은 눈을 크게 떴다. 끝까지 몰아갈 것 같더니 돌연 손을 떼고, 엄지손가락 끝으로 선단을 만지다 치골과 허리로 옮겨 간다. 준식이 참지 못하고 스스로 제 것을 수음하는 사이 석율의 두 손은 뒤로 와 작은 엉덩이를 잡아 쥐었고, 그 사이로 발기한 성기가 문질러졌다. 민감한 곳에 마찰되는 동안 그것은 점점 형태가 뚜렷해져 꺼떡였다. 준식의 유두는 잇새에 물렸다. 준식은 오싹한 감각에 허리를 비틀었다. 석율의 거친 숨결은 말로 꺼내지 않는 욕망을 표하고 있었다.
 
+

침대에 엎드린 준식의 허리를 두 손이 내리눌렀다. 준식은 내장이 솟구치는 불쾌한 감각과 함께 몸 안이 꽉 차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는 통통증과 쾌감, 소름끼침이 엉망으로 섞인 감각을 이기려고 고개를 흔들었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순간이 끝나고, 석율이 완전히 들어오고 나자 숨을 들이쉴 때 마다 통증이, 내쉴 때 마다 구역질이 났다. 그는 혀 밑에 고이는 침을 삼키며 헐떡였다.

석율은 손 아래 단단한 살덩이를 쥐어 잡았다. 위로 쏟아지는 찬바람 때문에 그의 등에는 소름이 돋았지만, 꼭 추위 때문은 아니었다. 모든 감각이 한 곳에 집약되어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몸을 움직여 표면을 쓸며 명멸하듯 번뜩이는 쾌감에 압도당한다. 숨기지 못해 할딱이는 숨소리를 듣고, 작은 입 안에 손가락을 넣는다. 처음의 조심성은 잊은 지 오래였다. 그는 감각을 찾아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고,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좁은 안쪽으로 깊이 파고들어 상대를 신음하게 했다.

뻐근한 통증은 무딘 쾌감으로 바뀌고 있었다. 준식은 스스로 제 것을 만지려고 손을 내렸고, 곧 저지당했다. 그의 손가락이 마디가 굵은 석율의 손가락과 얽혀 다시는 풀리지 않을 것처럼 내리 눌렸다. 뒤에서 밀쳐지느라 흔들린 머리는 아플 정도로 어지러웠다. 그만 해. 아니 그만 하지 마. 그는 석율의 이름을 부르려고 했지만 목에서는 쇳소리가 났다.

석율은 몸을 빼고, 준식의 몸을 뒤집어 완전히 흐트러진 얼굴에 입술을 댔다. 다리 사이로 파고들며 퍼득거리는 허벅지를 눌러 쥔다. 위로 들리며 휘어지는 가슴에 키스하고, 제 배에 문질러지는 성기를 같이 잡아 흔들었다. 그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꿀 때처럼 가슴 아래쪽이 치받고 고양되는 기분을 느꼈다. 추락이지만 비행과 비슷하다. 땅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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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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